보험업종지수 올 7% 올라 현대해상·롯데손보 등 강세 장기보장 상품 많은 보험사 영업익 연10%씩 증가 전망도
약세장에선 강하지만 강세장에서 상승폭이 작았던 보험주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부터 보험사를 대상으로 도입된 국제보험회계기준 'IFRS17'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새 기준 적용 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새 회계기준에서 저축형 상품보다 보장성 상품 실적이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련 상품이 많은 보험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지수는 올 들어 6.91%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현대해상(18.68%)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DB손해보험(13.17%), 롯데손해보험(12.37%), 삼성화재(6.75%) 등도 강세를 보였다.
보험주 주가 상승은 올해 IFRS17 도입 후 달라진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보험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보험 업종 매수도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현대해상을 316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삼성생명(1421억원), 삼성화재(825억원), DB손해보험(218억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
바뀐 회계기준에서는 기존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규모가 큰 회사들 입장에서는 보험계약으로 발생할 수익을 나눠서 수익으로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도입할 수 있다. 10년짜리 암 보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이 100만원이라면 매년 10만원씩 수익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얘기다. 저축성 상품은 시가 평가로 인해 실적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비해 새롭게 순익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CSM은 순익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다.
CSM 증가에는 보장성 상품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저축성 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사에 비해 보장성 상품이 많은 손해보험사 주가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IFRS17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후 생보사를 비롯한 보험사들이 보장성 상품을 더 많이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보험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순자산비율(PBR) 대신 CSM과 자본을 합산해 내재가치(EV) 개념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IFRS17을 적용해 계산한 지난해 보험사 5곳의 세후 보험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이다. 기존 회계제도인 IFRS4에서 발생한 지난해 순이익의 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임 연구원은 "투자 영업이익을 합산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변경에 따른 증익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5년간 보험사 영업이익이 연평균 7~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주 투자 때 고려하는 배당 성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IFRS17의 이점으로 꼽힌다. IFRS4의 경우 보험료는 계약 초기에, 보험금은 후반에 인식하는 현금주의 방식으로 손익이 계산돼 이익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발생주의를 택한 IFRS17은 CSM의 균등 상각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이 계약 전 기간에 걸쳐 일정해진다. 그만큼 미래 이익을 가늠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CSM 증가로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CSM을 바탕으로 앞으로 5년간 세후 보험 영업이익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조사한 결과 현대해상이 10%로 가장 높았다. DB손해보험(7.5%), 삼성화재(7.4%) 등이 뒤를 이었다. 생보사의 경우 삼성생명은 9.8%, 한화생명은 9.3%로 나타났다.
IFRS17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인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 IFRS4가 보험 부채를 원가로 평가한 것과 다른 점이다. 보험 부채를 원가로 평가할 때 문제는 금리 변동에 따른 변화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IFRS17이 적용되면 금리 인상 시 현재가치에 대한 할인율 상승으로 보험사들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주가 측면에선 한화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후 보험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은 한화생명이 3.2배로 가장 낮았다. DB손해보험(4.5배), 현대해상(4.4배) 등도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