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도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조정을 포함한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공급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냐는 질문에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개선책이 나온다면 적극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가계신용대출 잔액에서 신용평가사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2021년 5월 당국과 협의해 연도별 목표치를 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30%로 올려야 하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32%, 44%다.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선의에서 시작된 제도가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느라 고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5대 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고신용자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고신용자들의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인터넷은행보다 낮았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달성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높게 부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대출을 중단해 숫자를 맞췄다. 지난해 12월 하순께 카카오뱅크는 고신용대출 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도입의 핵심 목적인 '은행 산업 경쟁 촉진'과는 딴 길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중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싸게 대출을 받는 '역차별' 사례도 있다. 작년 12월 카카오뱅크는 최저금리 연 4.45% 중신용대출 상품 특판을 진행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6% 초반일 때였다. 고신용자는 대출을 받지 못하는데 중저신용자는 헐값으로 대출을 받은 셈이라 논란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