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머스크 "반값 테슬라" 외쳤지만…주가는 신통치않네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강민우 기자(binu@mk.co.kr)

입력 : 2023.03.02 17:40:53




7년 만에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연 테슬라가 차량 조립 방식을 변경해 제조 비용을 절반 가까이 낮추겠다고 1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반값 테슬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는 실망감에 행사가 끝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5% 넘게 떨어졌다.

테슬라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한국 2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3조8000억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엘앤에프는 2일 한국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39% 하락한 2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3.97%, 포스코케미칼은 1.36%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주가는 각각 2.29%, 2.01%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 가운데 4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에서 테슬라는 차량 제조 공정 방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조립용 설비에서 차량을 한 번만 조립하고, 도색이 필요한 부품만 색칠하는 공정을 도입한다. 이른바 '언박스 프로세스'다. 이를 통해 제작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모델3 제조 비용을 2018년 대비 30% 가까이 줄였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추가 공정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모델3나 모델Y 조립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트위터를 통해 "차량을 만드는 비용이 50% 덜 든다"면서 "2만5000~3만달러에 전기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세부적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제품 이벤트를 개최할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답변하기 이르다"며 애널리스트들의 '반값 전기차'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2020년 9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2023년에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테슬라가 3만달러짜리 저가 모델을 출시한다면 전체 전기차 수요의 95%가량을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머스크 CEO는 신규 차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테슬라는 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을 연내에 출시한다. 현재 전문가들은 올 4분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이버트럭은 애초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 사이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2023년 초로 미뤄진 뒤 그 이후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머스크 CEO는 사이버트럭과 베일에 가려진 모델 2종을 추가로 내보내겠다고 시사했다.

생산 규모는 목표대로 연산 2000만대를 예상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텍사스주,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에 이어 멕시코 공장을 확정한 상태다. 이를 최대 12곳까지 늘리고 공장당 연산 150만대 규모를 갖고 가겠다는 포부다.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지역에 테슬라 공장이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새 공장에 약 50억달러가 투자된다.

머스크 CEO는 질의응답을 통해 "새로운 공장이 건설되면 연간 약 350만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저가형 차종이 생산될 전망이다. 또 머스크 CEO는 "2000만대가 생산될 경우 시장 수요를 고려해 총 10개 정도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델3, 모델Y, 모델S, 모델X에 이어 사이버트럭, 세미트럭 외에도 4종의 신차종을 출시하겠다는 것을 암시한 대목이다.

이날 머스크 CEO는 배터리 공급 제한을 염려했다.

그는 "배터리 기술 문제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물량의 확대 없이는 이러한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또 미국 네바다주 리노시에 36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200만대 승용차에 탑재할 수 있는 10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테슬라 자동차 35%에 탑재될 수 있는 배터리 분량이다. 아울러 리튬 정제소를 텍사스주에 짓고 2023년 말 시범 운용하기로 했다.

충전 구독 모델도 도입한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테슬라 차량 운전자라면 한 달에 30달러를 내고 자가 주택에서 밤사이 무제한 충전이 가능한 서비스다.

이날 머스크 CEO가 중점을 두고 강조한 부분은 에너지 저장 용량이었다. 그는 "저장 용량을 240테라와트시(TWh)로 확대할 경우 상당한 양의 광석을 채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태양광 등 에너지를 곳곳에서 충전하는 이른바 메가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불필요한 광석 채굴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 CEO는 무대에 올라 "풍요와 함께 완전히 지속가능한 지구로 가는 분명한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전소부터 송배전을 거쳐 수요자에게까지 전력이 공급되는 체계인 그리드에 재생에너지를 추가하고, 더 많은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며, 가정과 상업용 건물에 열펌프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산업 응용 분야에 열전달 및 수소 에너지를 공급하고 항공과 선박을 전기로 구동시키자고 제시했다. 다만 테슬라가 직접 하겠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테슬라는 10년 단위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데 앞서 2006년과 2016년에 파트1과 파트2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공개한 파트3 발표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맞춰졌다.



테슬라 '투자자의 날' 동시 통역 매경 월가월부에서 보세요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서울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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