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지난 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됐다. 【사진 제공=금융위】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은행제도개선TF)가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업 추가 인가'를 대신할 '저축은행·지방은행 전환'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기존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에 맞설 수 있는 신규 은행 설립이 현행 '은산분리' 체제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한국형 '실리콘밸리뱅크'를 비롯한 특화은행 인가 방안과 더불어 카드·보험·증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 확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또 다음번 은행제도개선TF 중점 논의사항으로 성과보수를 거론해 향후 은행권 등 금융사 임직원 성과급을 대폭 수술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3일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은행제도개선TF 회의에서 (은행 고유업무 분야에 대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 전환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다. 과거에는 업무영역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었다면 지금은 국민 효용 증진 관점,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효용 증진을 위해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같은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촉진되고, 금융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효용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은행제도개선TF는 벤처 금융에 특화된 미국 실리콘밸리뱅크를 벤치마킹한 분야별 특화은행 신규 허가에 대해서도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대전광역시는 자본금 10조원 규모로 한국형 실리콘밸리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이 이뤄진다면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도에서 지방은행 설립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원도도 별도 지방은행은 없지만, 현재 저축은행 권역이 대구·경북·강원으로 묶여 있어 경북권역으로 분류된다. 충청지역 저축은행 권역에는 대전·충청·세종이 포함돼 있다. 충청지역 저축은행으로는 우리금융지주 소속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비롯해 대명·상상인플러스·아산·오투·청주·한성(이상 가나다순) 등 총 7개가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이전에 광주은행·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자회사로 뒀던 경험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은행은 현재 영업권역이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영업권역 확장을 통해 전국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은 물론 다른 지방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해진다. 현재 시중은행이 기존 점포를 통폐합하고 있는 트렌드와 반대로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해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동일 업권, 동일 규제'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은행법은 최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을 4%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좌우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은산분리 정책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행은 최대주주 의결권 지분율이 15%까지 허용돼 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가 의결권 중 최대 11%를 포기하는 것과 동시에,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엄격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최대주주 의결권 지분율 제한이 없는 저축은행은 지방은행 전환 이후 지분 15%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고, 대주주적격성 판단 역시 더욱 엄격해진다.
은행제도개선TF는 지급결제 업무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카드·보험 등을 대상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신한카드 입출식통장' '삼성생명 입출식통장' 등을 허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증권사에 대해서는 현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개인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고 있는 데 더해 기업 지급결제 업무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가 요청한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 허용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해당 건은 자금 세탁 가능성 확대 등 금융 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제도개선TF는 다음 회의에서 성과보수 현황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