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폭탄 우려 벗어난 美 소매공룡株...‘옥석 가리기’는 어떻게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3.09 15:16:13
월마트. <사진=연합뉴스>


월마트(WMT), 코스트코 홀세일(COST), 타깃(TGT) 등 미국 ‘소매 공룡’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던 과잉 재고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유용한 사업 부문인 식품·음료의 가격 상승세 둔화도 실적 성장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화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에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소매 종목들의 올해 주가 흐름은 기술·성장주 대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월가에선 각 소매 종목별 수익 구조, 고객 충성도, 판가 상승 가능성 등에 주목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월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 2.6% 하락했다. 타깃과 코스트코는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폭은 각각 9.7%, 6.47%에 그쳤다. 나스닥종합지수가 올해 10% 이상 오르고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기술·성장주들이 2배가량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 소매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아쉬운 부분이다.

당장 주가가 상승 동력을 얻진 못하고 있지만 해당 소매 종목들의 실적 흐름은 긍정적이다. 특히 그동안 소매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과잉 재고가 해소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재고자산이 감소한다는 건 시장의 수요가 회사의 생산계획을 따라오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적 이익 수준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분기 32%에 달했던 월마트의 재고자산 증가율은 이번 분기 0.1% 증가에 그쳤다. 코스트코의 경우에도 20%에 달했던 재고자산 증가율이 이번 분기엔 -2%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43%에 달했던 타깃의 재고자산 증가율도 같은 해 2분기(36%), 3분기(14%), 4분기(-2.9%)로 꾸준히 개선됐다.

고물가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주로 지갑을 열고 있는 사업 부문인 식품·음료의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국의 식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 가까이 올랐다가 현재는 10% 수준으로 흐름이 꺾였다. 물류비용 부담도 완화됐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 당시 최고치 대비 80%가량 급락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매업체들의 재고판매비율은 과잉재고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판촉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재고 이슈 해소에 더해 물류비용 감소와 식품 가격 상승세 둔화 등 추가적인 호재로 미국 소매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유효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스트코. <사진=연합뉴스>


줄어든 재고와 비용 부담 완화는 소매 업체들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월마트의 회계연도 4분기(2022년 11월~2023년 1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71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의 매출액과 주당순이익은 월가 전망치를 각각 2.8%, 12.7% 웃돌았다. 타깃도 같은 기간 매출액으로 314억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전망치(306억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도 1.89달러로 예상치를 30% 웃돌았다.

긍정적 실적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건 향후 소비 위축으로 인한 실적 둔화 우려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월마트는 실적 발표 과정에서 향후(2023년 2월~2024년 1월) 실적 전망을 평상시 대비 보수적으로 잡았다. 월마트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5~3%, 3% 증가할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는 최근 3년 월마트의 성장률(5%)을 고려할 때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회사 측도 저성장의 고착화를 인정한 셈이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리해고 등으로 향후 소비자 지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경영 환경에 민첩하고 대응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사업을 신중하게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월마트의 실적 전망은 소매 업계의 힘든 한 해를 미리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타깃.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월가에선 각 소매업체별 장단점 분석을 통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객 유입(객수) 확대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월마트의 경우 식품 사업 비중이 60%에 달하며 경쟁업체들을 능가한다. 이는 객수 증가에 따른 동일 매장 내 매출 확대 및 유료 멤버십 가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트코도 충성 고객 비중이 높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 코스트코의 멤버십 갱신율은 90.5%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충성도 높은 고객의 확보는 향후 연회비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코스트코의 미국 매장 객수는 침체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에도 3.7% 늘었다. 미국의 노스코스트는 코스트코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트코는 자체브랜드(PB) 상품 경쟁력이 높고 벌크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 상승 구간에도 안정적인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타깃의 경우 매출 구조에서 식품·음료 비중이 20%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다. 대신 타깃은 가정용품과 의류·뷰티 비중이 높다. 이는 식품·음료 대비 고수익성이지만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시 매출 신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타깃 측도 필수품 위주의 쇼핑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회사 수익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08 17:1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