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리스크에 뉴욕증시 하락…연준 3월 베이비스텝 예상↑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입력 : 2023.03.11 07:44:58 I 수정 : 2023.03.11 10:35:55
미국 2월 고용 증가세 둔화 불구
10일 美주요 주가지수 동반하락

SVB사태, 은행·기술주 매도 자극
3월 기준금리↑25bp 예상 60%

국채 수익률·달러 인덱스는 하락


10일 현지시간 뉴욕증시
이번 주 후반부 ‘은행주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암호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캐피탈에 이어 기술 스타트업 투자 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가 예금주들의 동시 다발 인출 사태로 인해 폐업 위기에 놓이면서 은행·기술주 매도세가 이날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런 사태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불확실성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선물 시장에서는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다시 빠르게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10일 빅테크 주가
10일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습니다. 낙폭 순으로 보면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각각 1.89%, 1.76% 떨어졌습니다. 기술 부문 스타트업을 상대로 영업해온 SVB 가 사실상 폐업하게 되자 은행주에서 기술주로 투자 불안감이 번진 결과입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44%, 1.07% 하락했습니다.

KBW 나스닥 뱅크 인덱스
부문 별로 보면 미국 은행주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KBW 나스닥 뱅크 인덱스는 이날 하루 3.91% 떨어졌는데 이번 주간 5거래일을 통틀어 15.80% 하락했습니다. 주간 기준으로는 코로나19 가 미국에 본격 상륙해 공포 장세가 연출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SVB 모기업’인 실리콘밸리뱅크 파이낸셜 그룹(티커 SIVB)는 이날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이날 오전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예금보험 은행(DINB) 산타클라라 지부를 설치했으며 이를 통해 늦어도 오는 13일까지 온라인 뱅킹 등을 포함한 SVB 영업이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은 FDIC 의 재산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해당 은행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됐습니다.

SVB는 지난 1982년 설립된은행인데 주로 스타트업 기업과 관련된 예금과 대출, 투자 및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등을 해왔습니다. 미국 헬스케어·테크 부문 벤처기업의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009년 후 총 2300억 달러(303조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약 40여년간 스타트업과 VC(벤처캐피탈)을 연결시켜주며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를 발전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다만 SVB 사태로 재무 구조가 열악한 신생 스타트업들 자금줄이 막히면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9일 그레그 베커 SVB 최고경영자(CEO)가 컨퍼런스 콜을 열고 “채권 포트폴리오(210억 달러 규모) 매각 때문에 생긴 손실 18억 달러를 메우기 위해 하루 전 날 17억5000만 달러 규모의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 처분에 나섰다”면서 “고객들의 예치금은 안전하니 진정해달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이로부터 몇 시간 후 뉴욕증시 폐장을 즈음해 스타트업 투자 큰 손인 파운더스펀드를 비롯한 유명 VC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SVB에서 자금을 인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은행주 패닉셀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이날도 투자자들이 뱅크 런(예금자들이 은행에 대한 불안 탓에 동시다발적으로 예금 인출에 나서는 현상)을 우려하며 은행주 매도에 나선 가운데 ‘월가 대형은행’ JP모건(JPM)만은 주가가 전날보다 2.54% 올랐습니다. JP모건은 소매 은행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 금리 인상 수혜주로 통합니다. 반면 투자은행(IB) 등 증시 관련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골드만삭스(GS↓4.22%)와 모건스탠리(MS↓2.33%)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SVB 에 앞서 자발적 기업 정리를 선언한 코인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캐피털(SI)은 하루 새 주가가 다시 11.27% 급락했고 SI 경쟁사인 시그니처 뱅크(SBNY) 주가도 22.87% 급락했습니다.

한편 같은 날 뉴욕증시 개장 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일자리 보고서’는 고용 열기가 둔화되는 듯한 수치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달 미국 일자리는 31만 1000개 늘어나 직전 달인 1월(50만4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고 근로자들의 시간 당 임금은 전달에 비하면 0.2%, 작년 2월보다는 4.6% 올라서 오름세가 둔화됐습니다. 미국의 2월 실업률은 3.6%로 전달보다 0.2p 올랐습니다. 다만 이는 고용이 줄어서가 아니라 일자리 찾기에 나선 구직자가 늘어나면서 노동참여율(62.5%)이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입니다.

10일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 시장 예상
금융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3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CME 페드워치 집계에 따르면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22일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75~5.00%로 올릴 가능성을 60.5% 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 하원 청문회를 한 8일에는 빅스텝 확률을 77.9% 로 책정했던 것에 비하면 기류가 정 반대로 바뀐 셈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4.50~4.75% 입니다. 베이비스텝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25bp(=0.25%p), 빅스텝은 50bp 올리는 긴축 정책을 말합니다.

선물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채권시장에서는 주요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습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이날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4bp 하락한 5.01%,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0bp 떨어진 4.60%,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3bp 하락한 3.70% 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 59분 기준 0.64% 떨어진 104.64 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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