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고가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2차 전지 업종에 대차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2차 전지 업종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조정 국면을 기대한 투자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대차 잔액은 72조1602억원을 기록해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61조3011억원) 대비 17.7% 증가했다. 약 두 달 만에 대차 잔고가 10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6일 72조8745억원까지 올라 올해 최대치를 찍었다. 대차 잔액이 72조를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 5일(73조8134억원)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잔고는 지난 10일 71조5620억원으로 71조원대로 내려가기도 했으나 전날 다시 72조원대를 회복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차 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으로 통상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평가된다. 공매도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와서 시장에 매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빌린 주식 수’를 가리키키 때문이다. 대차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차거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막론하고 2차 전지 기업이 자리를 채웠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1위가 삼성전자로 9조7660억원을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2차 전지 관련주인 LG에너지솔루션(2조3269억원), 삼성SDI(1조5895억원)가 각각 자리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2조7737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엘앤에프(9367억원), 에코프로(8826억원) 등 대차잔고 상위 3개 기업이 모두 2차 전지 관련주였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판단에 대차거래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올해 들어 113.4% 급등했다. 지난 6일에는 장중 21만7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코스피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기간 25.8% 오르는 등 2차 전지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차 전지 업종에 대해 무분별한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 전지 업종에 대해 “당초 3월에 투자 주의를 고민했던 배경 중 하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지침이 확정되는 경우 초기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한국 2차전지 업체에 좀 더 우호적으로 나올까 하는 점”이라며 “만약 포드-CATL 합작이 별탈 없이 진행될 수 있고 IRA 관련 예산 집행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과 달리 명확한 예산 제약이 명시되는 경우 한국 업체들의 북미 투자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시장 프리미엄을 키워온 소재주 중심의 수주 기대감이 확산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따라서 한국업체의 유불리를 따지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