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로 고려아연 경영권 지킨 최윤범…법정공방 연장전 간다
최회장 측, 이사회 장악 일단 유지…영풍 '손발 묶고' 집중투표제·이사수 상한 가결영풍·MBK, "불법적 주총" 거센 반발·법적 조치 예고
이슬기
입력 : 2025.01.23 20:36:17
입력 : 2025.01.23 20:36:17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달린 23일 임시주총이 일단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
최 회장 측이 전날 장 마감 이후 기습적으로 '순환출자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 속에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 행사가 막힌 데 따른 결과다.
영풍·MBK 측이 최 회장의 순환출자 카드에 따른 이날 임시주총 결과를 놓고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이날 주총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향후 다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측은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것이 공정거래법상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데다, 상법상 부합하지도 않는다며 맹비난했다.
◇ 집중투표제 적용 불발에도 순환출자로 '반전' 당초 최 회장의 유력한 승리 카드로 점쳐졌던 집중투표제는 지난 21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이날 이사 선임에서 적용되지 못했다.
재계와 시장 안팎에서는 지분 열위에 놓인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최 회장 측이 예상 밖의 반전 승부수로 내놓은 것은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형성이었다.
기존의 영풍→고려아연→SMH(SM Holdings)→SMC로 이어지는 단순 출자 관계를 영풍→고려아연→SMH→SMC→영풍의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로 만들어 영풍 지분 25%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다.
결국 우호 지분을 합해 의결권 기준 39.16%의 지분을 보유한 최 회장 측은 이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 주요 쟁점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뒤 이사회 장악에도 성공했다.
◇ 영풍·MBK "공정거래법·상법 무시" vs 고려아연 "법적으로 유효" 영풍·MBK는 최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 형성이 상법에 어긋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SMC가 호주에서 설립된 외국 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상법상 순환출자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또한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만큼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판례에 따르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의결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주식회사 간에만 엄격히 적용된다는 게 영풍·MBK 측 주장이다.
이들은 전날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036560]이 SMC의 법적 성격을 두고 '유한회사'로 공시한 점도 제시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탈법적인 순환출자가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SMC는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순환출자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아울러 SMC가 해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의결권 행사 제한 대상인 '영풍'이 국내 기업이라는 점에서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교과서와 해설서를 보면 외국기업이라도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없고 유효하다"고 말했다.
◇ 영풍·MBK, 임시주총 결과 법적 무효 주장…법정 공방 장기전 이처럼 순환출자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려 경영권 분쟁이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영풍·MBK는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과 주총 결의 취소·무효 확인·부존재 확인 등 다양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풍·MBK 측 주주들이 이날 표결에 참여하면서도 안건마다 "불법적인 투표"라며 공개 의사 표시를 한 것도 향후 법정 대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주총에서 "저희는 고려아연 1대 주주로, SMC는 저희 입장에서 '증손자 회사'다.
SMC가 (영풍주식 취득에 사용한) 575억원 중 270억원은 저희 돈과 다름없다"며 "오늘 참은 건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고려아연의 앞날을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민·형사 소송도 검토 중이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측이 해외 계열사인 SMC를 동원해 공정거래법을 회피하려 했지만, '탈법적 순환출자'도 금지하는 현행법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김광일 부회장은 주총 개회 전 기자들과 만나 "순환출자는 형사처벌 받는다.
30대 기업집단에서 최근 5∼10년간 순환출자구조 새로 만든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하는 데 쓴) 575억원은 큰 돈으로, 주식 매매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은 민형사상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의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도 이사회 구성이 변동될 여지는 있다.
고려아연 측 이사 4인의 임기가 끝나면서 새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이사 수를 19인으로 상한하는 안건이 통과됐고, 3월 정기주총부터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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