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상속분쟁] ① 가풍 깬 가족간 소송, 경영권 위협할까

입력 : 2023.03.15 08:29:00
제목 : [LG 구광모 상속분쟁] ① 가풍 깬 가족간 소송, 경영권 위협할까
'장자승계' 둘러싼 논란 증폭…가족 경영권 화합도 균열 LG 품 벗어난 계열분리 기업들, 사촌간 공동경영 고수

[톱데일리] 故구본무 전 LG 회장의 미망인과 두 딸이 故구 전 회장의 '양자(養子)'인 구광모 현 LG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76년 LG그룹 역사상 초유의 오너일가간 상속분쟁이 벌어졌다. 

구광모 회장은 LG가문의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2018년 구 전 회장 별세 후 양부(養父)가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대부분을 상속받고, LG 총수 자리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 측은 상속인들간 합의에 따라 그룹 경영권과 직결돼 있는 회사 관련 주식을 상속받았다는 입장인데, 재계 사이에선 '양자 입적'이 불러온 결과라는 시선도 있다. 



LG 오너일가는 故구본무 전 회장의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1994년)하자 오랜 가족회의 끝에 그룹 승계를 위해 4세 중 다음 장자인 구광모 회장을 故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시키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그 때가 2004년으로, 구광모 회장은 물론 그의 친부이자 故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또한 대의를 위해 아들을 서류상 떠나 보내는 것에 동의했다. 

그간 LG그룹 오너일가는 사업 초기 GS 허씨 가문과 동업하던 시절부터 후손도 많고 기업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대쪽같은 가풍을 유지해왔다. 이를 유지하게 한 근간은 유교사상에 입각한 장자승계였고, 실제 1947년 창업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재산 관련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LG를 거쳐간 형제나 동업자들도 스스로 물러나  GS, LS, LIG, 아워홈, LF, LX, LB 등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세 모녀가 촉발한 유산분쟁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오너 경영인의 최우선 조건으로 가문의 장자인지 여부를 보고, 이를 위해 조카를 양자로 들이는 등의 결정이 지금의 시대 상황과는 다소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변화는 이미 가까이에서부터 진행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범(凡)LG가(家) 모체인 LG그룹은 여전히 장자승계 경영을 고수하고 있지만, LG에서 뻗어 나온 기업들은 하나같이 장자승계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GS와 LS는 그룹 총수를 비롯해 그룹 핵심사업 경영을 사촌들이 돌아가며 이끌고 있고, LF는 구본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딸들의 경영 참여를 허용한 범LG 기업도 있다. 아워홈은 창업주인 故구자학 전 회장의 막내 딸인 구지은 대표가 2004년 외식사업부 상무로 입사한 이래 지난해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표 대결 끝에 승기를 잡고, 현재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재계 관계자는 "장자 중심의 경영승계 문화가 과거엔 LG 오너일가가 화합하는 근간이 됐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갈등 요인으로 비화하게 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구광모 회장이 친자가 아니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지면서 가족간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치닫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류세나 기자 cream53@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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