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한국도 영향권…정부·기업, 대책 마련 비상

1일 캐·중·멕시코 관세 강행 의지 확인…삼성·현대 등 생산기지 포진미 현지생산 확대 등 공급망 조정 속도…"미 정책 구체화할 4월까지 중요 시기"
한지은

입력 : 2025.02.01 11:35:59
(서울·세종=연합뉴스) 차대운 오예진 홍규빈 한지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대상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한국도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비록 무역 압박 '1차 표적'에 드는 일은 피했지만 트럼프 신정부의 무차별 '관세 전쟁' 전선의 확전이 예고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안에'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 여러 제품에 관세를 매기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국내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트럼프 신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밝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져 정부와 기업 모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1호 법안' 서명

◇ 韓도 사정권…멕시코·캐나다 생산기지 둔 기업들 '비상'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캐나다 등이 오늘 밤 내일 관세 부과를 막기(forestall)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No).

지금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관세 부과 예고가 협상용 수단이 아니냐'는 후속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를 겨냥한 국내 기업의 주요 생산 기지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한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레이에 기아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도 공급망 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작년 1∼11월 K3 17만5천대, K4 6만4천대, 투싼 1만4천대 등 총 25만3천대가 생산돼 판매됐다.

이 중 K3 12만8천대가 미국으로 판매됐는데, 이 물량 일부를 같은 북미 지역인 캐나다로 돌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면서 "수익성을 훼손할 만큼의 큰 임팩트가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다.

이 지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같은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영향권에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영향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편관세·IRA 등 불확실성 산적…대응책 마련 부심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을 '성공 사례'로 든 만큼, 국내 기업에 또 다른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탁기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세이프가드 발동을 계기로 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긴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세탁기뿐 아니라 다른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는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관세 조치가 일단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 세 나라를 특정해 겨냥하고 있지만 향후 '관세 전쟁' 전선이 넓어져 한국도 타깃에 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구체적인 일정 등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도 피력했다.

이 중 철강의 경우 한국은 이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를 적용받아 대미 수출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출 영향은 타 국가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축소 쿼터 적용으로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신정부의 조치가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력이 우려만큼 크지 않으며, 오히려 국내 기업 입장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온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당시 세이프가드 조치에도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다"며 "기술 잠재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관세를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단, 미국 무역적자 감소 및 재정 수입 증가 수단, 미국 내 생산과 투자 유인을 확대해주는 수단으로 인식하므로 관세 카드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2분기 중 관세를 활용한 대외 행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자판매장의 삼성전자 세탁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트럼프 본격 무역정책 시작도 안 해…4월까지 중요시기" 정부 통상 당국은 동맹국까지 겨냥한 무차별 통상 압박이 아직 채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신정부의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 관계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보편 관세' 문제를 포함한 트럼프 신정부 차원의 새 무역 정책의 틀이 이때 종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고 이때까지 한국의 부담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상무장관 후보자 등의 언급을 보면 1기 행정부 당시 업적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세탁기 등을 언급한 것을 빼고 나면 한국에 관한 실질적 언급은 없었다"며 "4월 1일까지 이뤄질 정책 리뷰 기간 (한국이 받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당국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인준을 거쳐 내달 중 취임하는 등 트럼프 2기 통상 정책 라인이 진용을 갖추는 대로 여러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 2기 한미 산업·통상 협력 구체화 방안을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중국 의존을 벗어나 자국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풍부한 산업 공급망을 갖춘 한국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한미 협력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통상 압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통상 당국자는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미국에 한국의 전략적 활용 가치가 부쩍 커졌다"며 "특히 여러 제조업 기반이 중국과 한국이 겹쳐 미국에서 한국의 활용 가치를 더욱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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