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명가에 듣는다] "공모주 투자, 성장성·수익성 함께 봐야"

오대석 기자(ods1@mk.co.kr)

입력 : 2025.02.03 17:44:52 I 수정 : 2025.02.03 17:56:31
김성현 KB증권 사장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투자
옥석가리기 장세 본격화될것
로봇 등 신산업 M&A 늘어나
공개매수·지배구조 자문 이어
인수금융까지 '원스톱 서비스'






"올해 자본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LG CNS 같은 초대형 딜의 성공에 좌우되기보단 개별 기업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투자하는 '옥석 가리기' 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기업금융(IB) 전문가인 김 사장은 2019년 취임해 작년 말 5연임을 확정 지으며 현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작년 한 해 성과를 돌아보며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주관한 2022년에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에서 모두 1위에 올랐는데 작년에도 이를 다시 재현한 것이다.

그는 "작년 초 HD현대마린솔루션 같은 대어 상장을 주관해 IPO 시장에서 성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며 "IB 부문이 국내 증권사 중 1위에 올랐고, 고려아연을 필두로 다수의 공개매수 자문 역량도 쌓았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올해도 LG그룹의 초대형 정보기술(IT) 계열사인 LG CNS 상장을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LG CNS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만 6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공모주 시장 한파에도 일반청약에만 2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등 작년 최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흥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시장이 이전과 달리 특정 기업의 공모 성과에 좌우되기보다는 신중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체 시장 흐름에 따른 투자보다 개별 회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예전엔 성장성을 큰 기준으로 봤는데 이제는 성장성 비중보다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의 합리성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부품 기업 미코세라믹스, 중형 조선사인 대한조선, 명인제약, SK엔무브 등을 주목할 만한 공모주라고 꼽았다. 그는 "버블이 생기면 시장이 죽기 때문에 투자자와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높게 받으려는 발행사의 욕구를 잘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이같이 진단한 것은 올해 전체 자본 시장에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에 의해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한국은 경기침체 때문에 금리를 당연히 내려야 할 상황이지만 환율과 미국의 경기, 인플레이션, 고용 등 지표와 변수들에 따라 상당히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그럼에도 그는 "움츠리기보다는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년에 역량을 강화한 공개매수와 지배구조 자문, 인수금융까지 '인수·합병(M&A) 토털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회계법인이나 외국계 IB는 할 수 없지만 KB증권은 자금 조달까지 토털 패키지로 서비스할 수 있다는 부분을 시장에 적극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조선 산업의 성장 기회가 클 것"이라며 "조선과 수리 등 사업에서 IB 딜 기회가 많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M&A 시장과 관련해선 "대기업의 사업 재편,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드라이파우더 소진 압박 등 요인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과 대형 PEF의 이해가 맞아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용 거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유망 분야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업을 꼽았다. 또 "트럼프 정부가 강조하는 자율주행, 우주항공 영역의 기업과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로 부각된 로봇 등 성장 산업에서 M&A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금융그룹과 시너지를 내 도약의 전략으로 삼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전체 비즈니스 영역에서 '빅3 증권사'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고 흐름을 선도하겠다"며 "효율 경영, 혁신 성장 등 그룹 전략과 맞춰가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의 전체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이미 'AI디지털 본부'도 신설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내부 통제 시스템 고도화, 업무 효율화 등 비즈니스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03 19:4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