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제재공조 합의한 한미일…'대화'보다 '원칙' 우선
트럼프 2기 첫 한미일외교회담 성명, 기존 대북원칙 대체로 승계北논리 반영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로 표현 바꿔트럼프, 김정은 만날 의향 밝혔지만 대화 조기성사 불투명
조준형
입력 : 2025.02.16 06:07:09
입력 : 2025.02.16 0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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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 나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그것을 위한 대북 제재 유지, 북한 핵 위협에 맞선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3국 공조의 기본 틀을 재확인했다.
북미대화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한미일의 기존 대북정책 원칙을 답습하며 '진영'을 다지는 양상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의 3자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암호화폐 탈취를 포함한 악성 사이버 활동, 증가하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공동 대응 필요성을 표명"했다.
아울러 "한미일은 각국 본토에 대한 어떠한 도발이나 위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모든 급에서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3국간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성명은 "3자(한미일) 훈련 시행 및 한국군, 미군, 일본 자위대의 역량 강화를 포함, 방위 및 억제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측은 핵 역량을 포함한 필적할 수 없는 미국의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한일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이 철통같음을 재강조했다"며 "미측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한 확장억제(미국의 핵우산 제공)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동성명은 "북한내에서, 북한에 의해서 오랜 기간 자행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를 규탄"했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회피에 단호히 대응해 국제 대북 제재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북 압박을 가해 나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성명은 세 장관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및 이산가족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2기 임기 중에도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 체제가 유지될 것이며, 기존 대북 원칙의 큰 틀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완전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속에 크게 약화한 대북 제재 체제를 유지·강화하기로 한 대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한 북한의 기대와 어긋나는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직전 바이든 행정부 때 써온 '한반도 비핵화' 대신 트럼프 2기 이후 미일정상회담과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결과물에서 잇달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미국의 대한국 핵우산 제공 방침에 따른 한반도 주변 미군 전략자산 배치까지 문제 삼으며 '미국의 핵 위협'이 먼저 사라져야 북한의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북한 입장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었다.
반면 북한 비핵화는 현재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는 북한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결국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은 표현으로, 북한이 반발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언급이 3국 공동성명에 등장하지 않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앞서 한미외교장관회담 보도자료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개방적인 입장"이라는 언급을 담았지만, 한미일 공동성명에는 대화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북미대화에 열려 있지만 대화 자체를 위해 북한에 미리 양보할 생각은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의향은 누차 피력했지만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이 같은 성명 내용으로 미뤄 볼 때 북미대화가 조기에 성사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등의 원칙을 재확인한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대화를 하자고 나설지 미지수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 삼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판'을 흔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취임 후 '관세 전쟁'과 가자지구 개발 구상 발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외교 개시 등 여러 일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북한과 대화할 여력과 의지가 미미한 상황에서 원칙적인 대북 기조를 피력했지만 향후 대북 협상의 기회가 생길 때 어떤 유연성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한편,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한국의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의장국 수임을 환영하고, 의미 있는 성과 도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jh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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