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연금 참여자들은 앞으로 투자 위험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대 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네덜란드 연금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로베코자산운용의 로렌스 스윈켈스 지속가능 멀티에셋 솔루션 퀀트 전략 책임자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는 오는 2028년까지 모든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연금 개혁을 진행 중이다.

스윈켈스 책임자는 네덜란드 정부가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고령화와 기업 부담 증가를 꼽았다.

그는 “네덜란드가 퇴직연금의 투자 리스크를 고용주에서 근로자로 전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 때문”이라며 “연기금이 기업의 규모보다 너무 거대해지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기금 부족분을 고용주가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이번 퇴직연금 개혁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해 기업의 책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스윈켈스 책임자는 또 “네덜란드 퇴직연금 제도는 겉으로는 DB형처럼 보이지만, 이미 DC형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며 “과거에 연기금 부족으로 연금 지급액이 삭감되거나, 고용주의 추가 부담이 제한돼 연금충당부채가 장기간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DB형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는 미래연금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한국 상황에 대에 스윈켈스 책임자는 “연금 개혁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연금 제도는 대부분 적립 없는 부과 방식(pay-as-you-go)”이라며 “적립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일부 가입자들이 부모 세대의 연금을 부과 방식으로 부담하면서 본인의 연금까지 적립해야 하는 이중 부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지체될수록 이중 부담의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연금 개혁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윈켈스 책임자는 한국 퇴직연금 시장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87.2% 이상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선 “보장형 상품은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매우 낮은 연금 지급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금 가입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일 필요성도 언급했다.

스윈켈스 책임자는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에서 학생들에게 연 3.0%와 5.4%의 복리 수익률 차이를 보여주었더니, 학생들은 은퇴 시점의 연금 소득이 50%까지 차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며 “이처럼 기본적인 금융 교육만으로도 연금 투자 방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