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으로도 쉽게 창업 가능 국내 카페 수 6년새 2배 급증 원두값 1년새 2배넘게 뛰고 최저임금 오르고 임대료 폭등 저가커피 가격경쟁에도 밀려 창업 1순위서 폐업 1순위로 고용시장·지역경제도 직격탄
◆ 자영업자 무덤 된 카페 ◆
서울에서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했던 A씨는 지난해 가게를 정리했다. 장사가 잘될 때는 월 매출 1000만원도 올렸지만 원두 가격, 아르바이트 비용 등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한 달 순이익이 3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운영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뛰어들었던 카페 창업이 이제는 '생존게임'이 됐다. 한 집 건너 카페가 넘쳐나도 호황 덕에 버티던 가게들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페 산업은 대표적 자영업 업종인 만큼 내수 경제와 고용 창출에도 직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커피전문점 주요 종사자 수는 27만1794명으로, 5년간 연평균 8.37%의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연평균 12.47% 증가하며 2022년에는 15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금과 같은 폐업 속도가 이어진다면 자영업자의 위기를 넘어 고용시장과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폐업하는 카페가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수 대비 카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카페는 다른 업종보다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특별한 기술력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가게를 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카페 매장을 내는 데 보통 1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빠르면 3~4개월 만에 카페를 낼 수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10만729개로 10만개를 돌파했다. 2016년 5만1551개에서 불과 6년 새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건물에 여러 개의 카페가 들어서는 것에도 규제가 없다. 한 건물에서 여러 브랜드가 '출혈경쟁'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부근에 위치한 르메이에르 건물에는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가 나란히 모여 있다.
카페가 밀집한 서울에서는 지난해 커피전문점 4617개가 폐업했다. 매일경제가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와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만 한 달 평균 카페 385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기간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평균 2.9년)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저가 커피 매장도 카페 폐업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른바 저가 커피 3대장(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의 매장 수는 4년 새 2배 늘었다. 2021년 3869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7928개로 불어났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저가 커피는 생태계 교란종"이라며 "저가 커피 매장이 한 곳 들어오면 주변 개인 카페 3~4곳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사업자에게 불리한 노동법도 카페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카페 사업자가 하루 종일 혼자 근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아르바이트생을 1~2명은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 노동법이 바뀌면서 아르바이트생 채용이 힘들어졌다고 호소하는 카페 사장이 많다.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장도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일 때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한 달에 1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하지만 1년 이상 근무하면 사업주는 그다음 해에 15일의 연차를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15일치 연차를 한 번에 몰아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이 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한 카페 사장은 "366일 동안 일한 후 연차 15일을 몰아서 쓰고, 퇴직금을 챙긴 후 퇴사하는 아르바이트생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심지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해고된 걸로 처리해달라고 반협박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많다"고 꼬집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하면서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작지 않다.
치솟는 원두 가격도 최근 카페 경영난의 주요 원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아라비카 원두의 평균 가격은 t당 9022달러로 9000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 평균 가격(4152달러)과 비교해 가격이 117%가량 오른 것이다. 로부스터 원두 가격도 t당 평균 가격이 5000달러를 돌파해 5651달러를 기록했다. 4000달러를 밑돌던 1년 전(3134달러)과 비교해 가격이 80% 상승했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으로, 2위 생산국인 베트남이 폭우와 홍수 등 이상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확 줄면서 원두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원두 거래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동안 원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커피 묘목을 심어 생두를 수확하는 데까지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카페 업주들의 원가 부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