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쌀밥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몽포토에이전시 제공)
'밥이 보약이다' 이 말은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쌀은 한국인의 주식으로, 단순히 밥의 식재료가 아니라 역사, 문화, 건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쌀은 약 5천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2천년에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 됐다.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즉석밥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도 수출한다.
◇ 쌀의 종류와 효능 쌀은 도정 방식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백미는 가장 일반적으로 먹는 쌀이다.
겨와 배아 부분을 제거한 쌀로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지만,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상대적으로 적다.
현미는 도정을 덜 해서 겨와 배아가 남아 있는 쌀이며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소화가 어려울 수 있어 꼭꼭 씹어 먹거나 불려서 조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아현미는 현미를 발아시켜 영양소를 극대화한 형태로 '가바'(GABA·Gamma-Aminobutyric Acid<감마-아미노낙산의 줄인 말로 우리 몸 안에서 자연 생성되는 비단백질성 아미노산을 뜻함·뇌와 신체조직에 분포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 성분이 많아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현미밥 시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찹쌀은 일반 쌀보다 끈적한 성질이 강한 쌀로 떡, 죽, 약식, 식혜 등에 많이 사용되며 소화가 잘돼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또한 쌀의 색에 따라서 흑미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항산화 효과가 있다.
적미는 폴리페놀이 많아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녹미는 클로로필 성분이 많아 해독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쌀의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 효과로 쌀의 탄수화물(약 75∼80%)은 뇌와 근육의 에너지원이 된다.
쌀의 단백질(약 7∼8%)은 체세포 형성과 면역력 강화 효과도 있다.
또한, 쌀의 비타민 B군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각종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은 뼈 건강, 빈혈을 예방한다.
쌀의 식이섬유(특히 현미)는 장 건강과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아련한 보름밥의 추억 지난 12일은 정월대보름이었다.
필자는 어릴 때 어머니의 정성 어린 기원이 깃든 정월 대보름의 오곡밥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풍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고, 집의 가신(家神)에게 바치는 신앙이었다.
설날이 지나 열나흗날 밤, 어머니는 집 안 구석구석 호롱불을 밝혀두고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오늘 밤에 잠들면, 내일 아침 눈썹이 하얗게 센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밤을 지새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따뜻한 이불 속에 스르르 빠져들곤 했다.
이른 새벽, 어머니는 따뜻한 물을 떠 주시며 얼굴을 씻으라 하셨다.
"씻은 물은 뜨겁다.
마당에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고 수채 구에 흘려보내거라.
땅에 사는 작은 생명이 다칠라." 그 말씀 하나에도 자연을 향한 배려와 지혜가 스며 있었다.
겨울 따뜻하게 (김해=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경남 김해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를 기록한 18일 김해시 상대면 대감리 한 가정에서 시민이 아궁이에 장작불을 태우고 있다.2021.1.18 image@yna.co.kr (끝)
부엌에선 지난밤 함지박에 불려놓은 잡곡을 고르는 어머니의 손길이 분주했다.
어머니는 "아들아, 보거라" 하시며 "우리 집 오곡밥은 찹쌀, 팥, 찰수수, 차조, 검은콩을 넣고 잡곡은 하룻저녁, 찹쌀은 아침에 불린다"고 말씀하셨다.
조심스레 조리로 일군 뒤, 모두 가마솥에 넣고 골고루 잘 섞이도록 버무린 후 물을 부으시며 "물을 부을 때는 손등까지만 잠기도록 해야 밥이 찰지고 고슬고슬하단다"고 말씀하셨다.
아궁이에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뜨거운 김이 솥뚜껑 틈새로 흘러나올 즈음, 어머니는 불길을 서서히 낮추셨다.
솥에서 넘쳐흐르는 밥물이 하얗게 변하면, 그제야 불을 거의 끄고 솥뚜껑을 열어 소금물을 살짝 부으셨다.
밥주걱으로 밑바닥까지 정성스레 섞은 후, 솥뚜껑을 뒤집어 올려놓고 그 위에 아궁이에서 퍼낸 숯불을 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장작불을 지핀 뒤, 불을 사그라뜨리고 뜸을 들였다.
그렇게 지어진 밥은 윤기 흐르고 고소한 향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정성껏 퍼 담은 오곡밥 한 그릇을 부엌의 조왕신께 올리고, 우물가와 외양간, 마당 곳곳에도 한 그릇씩 바쳤다.
그리고 안방에 조상님을 위한 밥상을 차린 후,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 숟갈씩 음미하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정월 대보름, 오곡밥 드세요!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정월 대보름을 사흘 앞둔 21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정월 대보름 세시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오곡밥을 살펴보고 있다.2013.2.21 jjaeck9@yna.co.kr (끝)
그날 하루, 마을 집마다 돌며 오곡밥을 얻어먹고, 해 질 무렵이면 앞산에 올라 망우리를 돌렸다.
둥글게 회전하는 불빛 속에서 웃음소리가 번지고, 밤하늘 아래 대보름의 정취가 가득했다.
정월 대보름의 오곡밥은 특별한 날 먹는 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손길과 가족을 향한 기도를 담은, 그리고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이 담긴 한 그릇이었다.
◇ 손자병법으로 본 밥 짓기 손자병법 '구변의 장'(九變의 章)은 다양한 전술적 변화와 전장 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강조한다.
전쟁에서 지형과 적의 상태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하듯이, 인체 또한 계절과 환경에 따라 적절한 보양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절에 맞는 보약 밥을 군사적 상황에 비유하여 정리해 봤다.
손자는 봄은 마치 전쟁이 시작되는 초반과 같다고 했다.
이 시기에 군대가 원기를 회복하고 병력을 정비하지 않으면 향후 전투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봄철에 보약 밥(쑥밥 등)을 통해 기력을 충전하면 한 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겨울 동안 약해진 체력과 면역력을 보충해 돌발 변수(환절기 질환, 자율신경 불균형 등)에 대비하는 것은 전쟁 초반에 보급과 병력을 정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손자는 여름이 적의 공세가 거세지는 시점과 같다고 했다.
더위와 습기로 인해 체력이 소모되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치 군대가 장기전으로 인해 지치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때 보약 밥(인삼 밥 등)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는 것은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보급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과 같다.
특히 여름철에는 외부의 나쁜 기운(질병, 습기로 인한 체력 저하)이 침범하기 쉬우므로 방어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성인삼밥 드세요" (파주=연합뉴스) 16~1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광장에서 열린 개성인삼축제에서 참석자들이 개성인삼밥을 비비고 있다.개성인삼축제에는 이틀간 75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파주시 제공>> 2010.10.17 kyoon@yna.co.kr (끝)
가을은 손자가 전쟁에서 한 차례 격전을 치른 후 재정비하는 시기와 같다고 했다.
여름 동안 체력이 소진됐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제대로 회복하지 않으면 만성 피로와 식욕 저하 등으로 인해 전투력이 저하될 수 있다.
봄과 여름의 건강관리가 소홀했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 전쟁에서 병참을 소홀히 하면 가을에 전력 손실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가을에는 오장육부의 균형을 바로잡고, 인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보약 밥(강낭콩밥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겨울에는 최종 승리를 위한 병력 축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겨울은 전쟁에서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때 병력이 약해지고 저항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치 혹독한 전투를 앞둔 군대가 사기가 저하되는 것과 같다.
만약 중병을 앓거나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면, 계절과 관계없이 즉각 보양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겨울철 전에 이미 준비를 마쳐야 한다.
즉, 보약 밥(오곡밥 등)을 복용하는 최적의 시기는 겨울이 오기 전, 즉 가을과 초겨울이다.
결론적으로 손자병법의 구변의 원칙에 따라 계절에 맞는 보약 밥을 섭취하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전략과 같다.
시의적절한 대비와 변화를 통해 인체라는 전장을 잘 다스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이 된다.
◇ 밥은 모든 음식의 근원 밥은 한국인의 음식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식이다.
곡물을 익히는 조리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밥이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음식이다.
우리나라 일상적 식사의 특징은 밥을 부식보다 훨씬 중히 여기는 풍습에 기원한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밥은 한자로 반(飯)이라 하고 어른에게는 진지, 왕이나 왕비에는 수라, 제사에는 메 또는 젯메라 한다.
먹는 표현도 수라는 '진어하신다', 진지는 '잡수신다', 밥은 '먹는다' 등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먹는 대상에 따른 표현이 다양한 것은 우리 조상의 의식 구조상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청나라 때 장영(張英·1637∼1708)은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에서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
밥 짓는 불은 약한 것이 좋고 물은 적어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아무렇게나 밥을 짓는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물건을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고 우리나라의 밥 짓는 법을 칭찬했다.
주식과 부식으로 분리된 우리의 풍속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반상(飯床)이라는 고유한 식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또한 서유구가 지은 '옹희잡지'(甕餼雜志)에서는 "우리나라의 밥 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라고 했고 '임원경제지'에서는 "솥뚜껑이 삐뚤어져 있으면 김이 새어 나와 밥맛이 없고 땔감도 많이 들며 밥이 반은 익고 반은 설게 된다"며 밥 짓는 요령까지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K-푸드'와 함께 저속노화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출시한 즉석밥은 '웰니스 트렌드'에 맞춰 특히 인기다.
마트에 등장한 즉석 오곡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5일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모델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조리된 즉석 오곡밥을 선보이고 있다.롯데마트가 선보인 오곡밥은 3∼4명이 먹을 수 있는 양(800g)으로 전용 용기에 담아 갓 지은 것처럼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2012.2.5 jjaeck9@yna.co.kr (끝)
그러니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