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잃어버린 30년 이미 시작 공급과잉 산업 과감한 빅딜을"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입력 : 2025.02.23 17:51:04 I 수정 : 2025.02.23 17:52:55
韓 새 먹거리 부재
반도체·OLED 中에 추월 위기
정부 규제 풀어 생산성 올려야
미래항공 등 첨단산업 육성도




◆ 韓 덮친 4중 파고 긴급좌담 ◆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내려갈 거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진 회장=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가는 건 기정사실이다. 생활환경이 점차 나빠질 텐데 정부를 비난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에 갇혀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수출 산업은 중국과 심각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데 저가 제품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고,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해온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까지도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구조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권 전 부회장=중국의 성공 모델을 돌아봐야 한다. 중국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산업)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 중심 산업 정책하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자라나기 힘들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그들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인재들이 몰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송 대표=지금의 충격을 동력으로 삼아 과감한 산업재편에 나서야 한다. 정유업계처럼 공급과잉이 명백한 산업은 기업 간 빅딜이나 통폐합 등 과감한 조치를 실시해 산업 자생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들 공급과잉 산업 종사 인력들을 재교육을 통해 타 산업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글로벌 전문인력 유치가 절실하다.

-정부가 이미 해외 인력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섰는데.

▷송 대표=향후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 및 AI 분야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필수인력 수요·공급 간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처럼 중장기 인재 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 센터장=동의한다. 적극적인 친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 선진국 최고급 인재에만 매달리지 말고, 개발도상국의 단순 노동자뿐 아니라 우수 이공계 인력들이 한국에 와서 코리안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성장의 핵심인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권 전 부회장=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AI 같은 기술은 이미 차고 넘치게 존재한다. 문제는 이 기술들이 우리 산업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I를 어떻게 생산성 개선에 활용할지 숙제만 주지 말고, 경영자들이 현장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해결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들은 현장에서 고민하고 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송 대표=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선 한국이 2050년까지 현 수준의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현 노동인구가 주당 7.4시간을 추가로 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근로시간 확대를 통한 성장공식은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바이오, 드론, 핀테크, AI, 자율주행 등 혁신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AI 시대를 맞아 한국의 새 먹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진 회장=미국은 제조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잘 만들지 못하고, 중국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그런 산업을 노려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은 잠수함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조선소 시설이 노후해 생산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에다가 잠수함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한국 조선업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전쟁이 드론전, 로봇전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각광받고 있는데, 우리가 아주 좋은 위치에 서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중국에서 만드는 의약품이나 화장품을 사서 사용하려고 할까. 무기, 의약품, 화장품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신뢰산업이다. 이런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송 대표=모빌리티 분야에선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대규모 양산 능력을 접목하는 동시에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AAM 시장에선 스타트업들이 부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했고,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에 진입해 패권을 다투고 있다.

[오수현 기자 / 추동훈 기자 / 고재원 기자 /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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