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책 펴는 中정부 美 버금가는 기술력 키워 韓은 인프라·지원 태부족"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입력 : 2025.02.23 17:51:50 I 수정 : 2025.02.23 18:27:00
중국 기술굴기
첨단산업 육성 목표로 삼고
10년간 전방위적 기업 지원
AI관련 학과만 500개 넘어
기술 전문가 양성 결실 맺어
中기업들, 빅테크들과 대등
양과 질에서 韓기술력 압도






매일경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AI 산업 성장 △트럼프발 통상전쟁 △중국 기술 굴기 △한국의 새 먹거리 부재라는 4가지 주제의 관점에서 조명하기로 하고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KAIST 석좌교수), 송승헌 맥킨지코리아 대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가나다순)이 좌담회에 참여했다.



6·25전쟁 이후 경공업을 거쳐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한 한국 경제는 옛 소련 해체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세계화 흐름에 편승해 세계 경제 성장의 수혜를 누려왔지만 이 같은 성장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졌다.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로 대변되는 최첨단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新)패권전쟁 가운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 편인가, 중국 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에 편입되는 전략으로 대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마저 경제적 수혜를 공유하길 거부하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첨단산업에서 한국이 넘보기 힘든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한국 산업에 전방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저비용·고성능 생성형 AI인 중국 딥시크가 미국이 주도해온 AI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기술 굴기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진 회장=정부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2025년에 제조 대국이 되겠다는 야심 찬 국가전략을 수립했고 이를 실제로 이뤄냈다.

여러 분야에서 저렴한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내 세계 제조업을 석권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부품과 자재까지도 중국이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보조금을 기업에 지원했다. 이 같은 전략이 현재 기술 굴기의 원동력이다.

▷권 전 부회장=중국이 AI, 2차전지, 전기차 등 여러 미래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점을 우리는 사실로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같은 기술 약진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10만명이다(현대자동차·기아는 1만4000여 명 수준).

비야디가 단순히 정부 보조금으로 성장했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다. 중국은 이제 전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수많은 첨단산업 인재가 육성되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저변에 뿌리내리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중국 첨단 기업들의 경쟁력에는 이 같은 과감한 투자와 R&D에 대한 집념이 자리 잡고 있다.

▷송 대표=방대한 첨단산업 인재 생태계도 기술 굴기의 동력이 됐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자본, 노동, 생산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데 중국의 자본과 노동은 성장 동력을 잃는 상황에 처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 자본이 제약을 받았다. 인구도 빠른 고령화 추세 가운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어 생산력 증진만이 중국 경제의 해법이었다. 이를 위해선 기술 혁신이 필요했고 중국 정부는 절박감 속에서 중장기적인 AI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2018년 중국 정부가 '대학 AI 창신 행동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중국 대학의 AI 관련 학과는 500개를 돌파했다. AI 관련 학과에 입학한 학부생은 2024년 한 해에만 4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할 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 기업 특유의 배포까지 더해져 첨단산업 인재 생태계가 형성됐다.

▷김 센터장=중국의 저명한 AI 연구자인 리카이푸도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인재 풀을 꼽았다. AI 모델 개발은 창조적 혁신의 결과라기보다 무차별 시도적인 요소가 많은데 중국의 풍부한 저임금·저수준 소프트웨어 개발자 풀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데이터·지식재산권(IP) 관련 규제가 선진국보다 덜해 스타트업 문화가 미국보다 훨씬 저돌적이다. 리카이푸는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라면, 중국은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라고 말했는데 이런 맥락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딥시크 성과가 부풀려졌고, 특히 사용 비용이 축소 발표됐다고 한다. 중국의 기술력이 과장됐을 가능성은 없을까.

▷송 대표=중국의 AI 기술력은 이미 넥스트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중국 첨단산업 발전을 주도한 건 민간 기업들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항저우의 테크 허브와 여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소위 '식스 리틀 드래건' 회사들은 자체적인 기술 혁신을 일궈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김 센터장=딥시크 개발 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AI 학계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우수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술력에선 미국에 버금간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편견 없이 평가해야 한다. 퀀터티(양)뿐 아니라 퀄리티(질)에서도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수현 기자 / 추동훈 기자 / 고재원 기자 /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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