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 주식시장이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심한 공포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종목이 급락하면서 이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증시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CNN비즈니스의 공포·탐욕 지수는 25일(현지시간) 23포인트를 기록하며 ‘극심한 공포’ 구간에 들어섰다.

CNN비즈니스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상승 여력 등 7개 지표를 활용해 집계하는 이 지수는 0~100 사이로 구성된다. 0포인트는 ‘극심한 공포’, 100포인트는 ‘극심한 탐욕’을 뜻한다. 지난 18일 47포인트로 ‘중립’ 수준이었던 이 지수는 일주일 만에 급격히 하락했다.

극심한 공포 구간에서는 투자자들이 큰 불안을 느끼고 위험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며 주가가 과매도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이번 투자 심리 위축은 미국 내 소비 심리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컨퍼런스 보드는 지난달 소비자 신뢰지수가 98.3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지난달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64.7포인트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날 S&P 500, 나스닥 지수는 모두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7%, 나스닥 지수는 1.35% 내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빅테크주는 올해 들어 조정받고 있다.

팰런티어는 최근 5거래일간 29.51% 폭락하며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서학개미들이 집중 투자한 종목에선 지수 대비 훨씬 큰 폭의 하락이 나오면서 해당 종목을 담은 ETF 수익률도 고꾸라지고 있다.

작년 자산운용사에서는 예탁결제원 외화증권예탁결제 데이터에 기반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가 많이 이뤄진 종목에 높은 가중치를 둔 ETF를 만들어냈다.

작년 하반기엔 엔비디아, 테슬라, 팰런티어와 같은 AI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나 이달 들어 증시 기류가 바뀌며 수익률이 급락했다.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최근 일주일 수익률 -9.41%를 기록했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ETF는 한 주간 15.05% 하락하며 678개 주식형 ETF 중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극단적 공포’ 구간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나왔다. 시장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가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라’는 전략을 주목했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하락세는 기술주가 주도했다”며 “이는 펀더멘털의 위기라기보다는 팰런티어,앱플로빈 등 최근 급등했던 종목이 조정받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의 조정 장세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심리 지표는 그간 증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지표가 아니었지만,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의 조정이 심화하면서 해당 지표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 공포 영역에 진입한 점은 주가 하방 경직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분할 매수 또는 관망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정유정·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