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폭풍’ 피하려면 ··· 한국 기업들 이걸 주목해야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입력 : 2025.02.28 17:07:05
배두용 한국 딜로이트 그룹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
1기 때보다 거세진 트럼프발 관세 압박에
한국 기업 ‘관세 피해’ 대응책 마련 시급
국가별 맞춤형 대응으로 수익성 개선 필요
현지 생산 확대 땐 ‘인력 관리’ 주의해야


배두용 한국 딜로이트 그룹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 <자료 = 한국 딜로이트 그룹>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통상정책이 다소 혼선을 빚었지만, 2기에서는 철저한 준비 아래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이 거침없이 추진될 것이다”

배두용 한국 딜로이트 그룹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보호무역 강화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기업은 단순한 관세 대응 차원을 넘어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실시간으로 통상 이슈를 관리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리더는 LG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대표이사를 지낸 통상 전문가다.

트럼프 1기 땐 LG전자에서 재무·통상본부장으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신설을 주도했다. 올해 신설된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의 리더로 한국 딜로이트 그룹에 합류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배 리더 표현대로 ‘거침없이’ 관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을 주요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았으나, 2기 정부는 이제 전통적인 우방국들에게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한국 등과 같은 국가들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강요받을 수 있다. 중국산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예상된다.

배 리더는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면 미국 또는 미국의 우방국에서 조달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미국인을 고용해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기업들은 보편 관세 적용에 앞서 조금이라도 조세유출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 법인과 한국 본사 간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조정에 나섰다.

이에 대해 배 리더는 “관세라는 단어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더 넓은 시야로 이슈에 접근해야 한다”며 “제조원가나 운반비 하락과 같은 타당한 이유 없이 이전가격을 인하하는 행동은 관세포탈 이슈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의도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배 리더는 핵심은 타당한 근거 확보라고 부연했다.

원재료 조달, 제품 생산, 최종 소비국인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류 흐름 전반을 분석해 이전가격 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 분석을 통해 당국의 조사를 대비하는 것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베트남 등 진출 국가별 대응 전략 달라져야
배두용 한국 딜로이트 그룹 ‘통상&디지털 통합서비스 그룹’ 리더. <자료 = 한국 딜로이트 그룹>


배 리더는 국가 별로 관세 대응이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5% 수준이다. 10% 혹은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그 즉시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별 관세율 차이를 활용하면 가격 인상과 판매량 증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의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4일부터 중국에 대해 추가로 부과된 10% 관세를 활용하는 일이 급선무다.

배 리더는 “중국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가격 경쟁력 10%를 확보한 것과 같다”며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기회가 열린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과거 가격 문제로 인해 선택받지 못했던 미국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배 리더는 “공동 연구개발, 낮은 품질 오차율, 높은 납기 준수율, 철저한 사후관리와 서비스 등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반적인 제품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와 베트남 진출 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멕시코와 베트남을 중국의 우회 수출 거점으로 보고 견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 리더는 “중국 우회 수출 차단 조치가 한국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배 리더는 멕시코의 경우 낮은 수율과 높은 불량률, 인건비 상승 문제로 인해 처음부터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반면 베트남은 높은 생산성과 낮은 물가 등의 강점을 갖추고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생산기지다.

배 리더는 “미국 수출 시 반덤핑 조사나 우회 수출 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리스크 진단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공장설립을 추진할 경우에는 협상을 통해 혜택을 확보해야 한다.

배 리더는 “미국은 각 주(州)가 경쟁적으로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한 제조클러스터 구축에서부터 현지 인력의 교육과 채용보조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할 때도 한국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배 리더는 “이미 미국에서 생산법인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도 낮은 수율과 잦은 가동 중단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업무 효율과 대처 능력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결책은 미국인 근로자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다.

배 리더는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고려해 철저한 생산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헀다.

관세면제를 위한 ‘벨류체인 관리’ 중요성 더욱 커져
자유무역 시대에 전 세계에 흩어놓은 공급망을 신냉전 시대에 걸맞게 재편할지도 검토해야한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이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리더는 관세 면제를 위한 전략으로 ‘밸류체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관세 면제 조치를 정당화할 명분을 확보하려면, 먼저 기업이 조달하는 원자재 및 소프트웨어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부분이 없는지 식별해야 한다”며 “이후 대체 공급처를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기업의 모든 밸류체인에서 즉각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3.2%에 달하며, 이는 멕시코(15.2%)와 캐나다(13.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배 리더는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경우, 이를 사전에 탐지하고 자발적으로 신고하며, 지속적인 내부 교육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리더는 “예측 불가능성과 동의어 급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응하려면 기업 전반이 유기적으로 또 실시간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부서 간의 협업을 최적화하는 것이야말로 변화하는 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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