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만 외친 이분들…견제기능 사라졌다는 지주 사외이사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입력 : 2025.03.07 09:11:05
입력 : 2025.03.07 09:11:05
4대 금융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비판적 의견 개진 등도 적어
거수기 역할 머물렀단 비판도
지주 “이사회 전에 의견 반영”
후보군 전문분야 편중도 여전
비판적 의견 개진 등도 적어
거수기 역할 머물렀단 비판도
지주 “이사회 전에 의견 반영”
후보군 전문분야 편중도 여전

‘총이사회 개최 횟수 54회, 총사외이사 38명, 총결의안건 수 168건, 반대 의견 표명 0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이사회 활동 내역이다.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견제·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년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외형적 지표로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4대 금융이 공시한 ‘2024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주별로 개최된 이사회 결의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KB금융이 작년 3월 ‘2023년 지주 및 자회사 감사담당 임직원 관련 성과 평가안’에 대해 수정가결했고, 하나금융이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수정가결한 게 이견 조정을 한 사례로 나타났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서는 반대도 있었다. 작년 3월 퇴임한 이윤재 전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직전달에 열린 보수위원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성과평가, 자회사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 운영 적정성 안건에 대해 반대했다.
이사회 활동 내역을 봤을 때 여전히 지주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은 소유분산 기업일수록 이사회 역할이 강해져야 한다고 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 힘든 성적표다.
사외이사의 주요 발언 중 개별 금융지주가 아프게 느낄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인은 없지만 최고경영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라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특정 방향성을 잡아가는 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4대 금융지주에선 사전 통지되는 안건을 사외이사들이 숙고하고 이사회에 들어오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의견이 모아지는 형태라고 반박한다. 모든 지주들은 사외이사들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보고서에 자평했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이사진의 다양화가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각 금융지주가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의 주요 경력은 금융·경영 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이 공시한 100명(우리금융)~215명(하나금융) 사외이사 후보군의 전문 분야를 분석해 보니 KB·신한·하나금융은 금융·경영·경제·재무 등 분야가 50~60%대로 다수였다.
다만 일부 영역에선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관련 이슈 대응능력이 필요해졌다.
내부통제 중요성 때문에 KB·하나·우리금융은 법률 전문가를 후보군 중 12~16%대로 높였다. 디지털금융 비중이 커지면서 우리금융은 관련 전문가를 25%, 신한금융은 21.2%를 후보군에 포진시켰다. 신한·우리금융은 글로벌 전문가가 후보군 중 각각 9.1%와 5%를 차지했다.
반면 소비자 보호 비중은 낮았다. KB·신한·하나금융은 소비자 보호와 ESG를 하나로 묶어 관련 후보군이 7~10% 정도라고 밝혔다.
4대 금융이 현직 사외이사진 전문성을 매트릭스로 표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금융·경영·경제 전문가가 대다수였는데 이들이 그 외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있다며 복수로 표시한 사례도 꽤 많았다. 상대적으로 우리금융은 객관성을 강조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별로 필수역량 항목들을 체크하면서 법률 분야는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세부역량에서도 ESG는 ‘보통’이라고 했고, 소비자 보호는 ‘부족’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타금융지주도 참고할 만한 양식”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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