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처음 열린 코인회의 장기적인 규제철폐책만 내놔 단기호재 기대했던 시장 실망 솔라나·카르다노 등도 와르르
"가상자산 기업의 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업계의 거래를 차단했던 규제를 모두 끝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첫 가상자산 회의인 '크립토 서밋'에서 "곧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을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규제는 은행의 가상자산 서비스와 가상자산 기업의 은행 라이선스 발급을 금지한 행정 제재다.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즉각적인 깜짝 뉴스를 기대했지만 장기적인 규제 해제에 대한 얘기만 나왔기 때문이다. 크립토 서밋 시작 직후 비트코인은 4%가량 하락했다. 미국 코인으로 꼽히며 서밋 전 큰 기대를 모았던 솔라나는 10%, 카르다노는 8%가량 급락했다.
9일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오후 2시 기준 8만60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 성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치면서 9만1100달러 선까지 올랐다.
파월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주최 연례 통화정책 포럼 연설에서 "불확실성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파월 발언에 힘입어 9만달러 선을 일시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크립토 서밋이 시작되자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매입이나 XRP(리플), 체인링크 등 서밋에 대표자가 참석한 알트코인에 대한 호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깜짝 소식은 부재했다. 서밋 직전 8만8911달러대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8만5218달러 선까지 4.15% 밀렸다.
투자자들에게 큰 기대를 받았던 '미국 코인'은 하락폭이 더 컸다. 솔라나는 10.33%나 급락했고, 카르다노는 8.50%, XRP는 9.21%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밋에서 "재무부·상무부는 납세자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트코인을 추가 비축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연방정부가 범죄·민사 몰수 절차로 확보한 비트코인 약 20만개를 전략적 비축으로 전환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발언은 이 밖에 새로운 방안을 찾아 추가적인 비축에 나서겠다고 시사한 셈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이날 서밋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했듯 미국(달러)이 계속해서 세계의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되도록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단기적인 가상자산 시장 가격 상승을 촉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가상자산도 약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한 후 지난 7일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42억876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지난해 1월 상장된 이후 총 405억180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지난달 한 달간 그간 순유입된 자금의 약 10%가 빠져나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