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예술과 대학교육의 변화-①

이세영

입력 : 2025.03.12 09:39:32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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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교수
본인 제공

해마다 3월은 각 학교의 새 학기가 열린다.

2025년의 새 학기도 시작됐다.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술학과, 디자인학과, 영상학과에서도 인공지능 과목이 대폭 증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방식의 그림, 조각, 영화 제작이 교육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대학 강의실에서도 인공지능 기반 창작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이 변화는 과연 좋은 걸까? 교수도 학생도 저마다의 입장이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공지능 예술이 대학의 예술 교육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 인공지능 없는 예술 학위는 불가능한 시대 필자의 오랜 지인인 어떤 교수님이 생각난다.

이분은 오랫동안 AI 아트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리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필자는 디지털 아트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선생이자 예술가로서, 인공지능과 예술의 결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대전환이 이뤄지는 역사적 시기에 인공지능 기반 창작을 실험하고 학생과 함께 인공지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또 어떤 이에게는 창작을 확장하는 도구로 인식된다.

혹자는 자신의 예술과는 무관한 기술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개별 교수의 입장을 넘어 대학 차원에서 보면, 인공지능 커리큘럼 도입은 필수다.

해외와 국내 유명 예술 대학이 인공지능 기반 수업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 커리큘럼을 포함하고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미국내 대학의 인공지능 학위 수여 증가표
사진 출처 : 'CSET analysis of IPEDS data' 홈페이지 캡처



2015-2021년 수여된 AI 관련 학사 학위에 따른 미국 상위 10개 대학
사진 출처 : 'CSET analysis of IPEDS data' 홈페이지 캡처

◇ 대학이 인공지능 예술을 주도 세계 유수의 예술 대학은 인공지능 기반 교육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자인(AI Design) 수업을 확대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IDS)에서는 새로운 인공지능 도구를 실험하고 머신러닝 연구자와 디지털 아티스트를 인터뷰하며 윤리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실험적 스튜디오 수업을 개설했다.

MIT 미디어랩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스탠퍼드는 인공지능 예술과 미학이라는 수업으로 학생에게 현대 미술에서 인공지능의 사용과 영향에 대한 이론과 토론 수업을 만들었다.

또한 인공지능 도구와 알고리즘 방법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용해 예술 작품을 개발하는 인공지능과 미학 실습수업도 개설했다.

그 변화의 흐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속해 있는 예술 학부에서도 'AI콘텐츠 제작프로젝트', 'AI 비주얼 제작 스튜디오' 등의 인공지능 이론과 이를 활용한 예술 작업 실습 강의가 다수 개설됐다.

이처럼 인공지능 예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 인공지능 예술 수업의 새로운 흐름 인공지능 예술 수업은 영상 제작과 편집 기술의 급속한 확산에서 먼저 변화했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촬영, 후반 작업(Post-Production)으로 나뉘던 작업 방식이 인공지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Runway ML'과 'Pika Labs' 같은 '텍스트-투-비디오'(Text-to-Video) 인공지능 툴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은 단순히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스타일이 일관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다.



Pika Labs의 Image to video 결과물
사진 출처: Pika labs 홈페이지 캡처

한 대학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배경과 인물을 결합해 영화 속 장면을 자동 생성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 기반 3D 모델링과 가상 환경 구축을 들 수 있다.

디자인·건축학과에서는 기존의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보다 인공지능 기반 모델링 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Blender'와 'ControlNet'를 결합해 자동으로 3D 모델을 생성하고, 'NeRF'(Neural Radiance Fields) 기술을 활용해 사진 몇 장만으로 초현실적인 가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국 SCI-Arc(남캘리포니아 건축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결합한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AI가 생성한 패턴과 구조를 실제 건축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SCI-Arc 졸업생 Jimmy Wei-Chun Cheng의 작업물
사진 출처: SCI-Arc 홈페이지 캡처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Adobe Firefly, MidJourney, Stable Diffusion과 같은 인공지능 도구가 등장하면서, 디자이너는 손으로 직접 스케치하지 않고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채로운 스타일의 이미지를 즉각 생성할 수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은 인공지능과 디자인 수업을 열어 인공지능의 일련의 최근 이슈를 학생과 검토해 디자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적, 지적 이슈를 돌아봤다.

◇ 예술 철학과 AI 윤리 논의의 확대 인공지능 예술이 창작의 주체성을 어디까지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예술 철학 수업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을 두고 '과연 창작자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수업이 열렸다.

학생에게 인공지능의 윤리적 영향과 관련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기술 해법을 소개했다.

학생은 철학적 질문에 답을 해나가며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틀을 만들어 나가는 수업으로 확장됐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만 인공지능을 배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교수도 지속해 인공지능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는 교수진을 대상으로 최근 '인공지능 활용법 워크숍'을 운영했다.

이 워크숍은 강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교수법을 개선하는 방법을 선보였다.

그런 다음 학생의 향상된 학습 경험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대화형 시연을 진행했다.



AI 로봇을 활용한 대학 수업의 모습
이은준 교수 제작 이미지

동아시아학 교수에게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비서구 언어로의 번역을 확인하는 방법을, 생물학자는 인공지능을 써 과학 논문의 수치를 분석하는 방법을, 고전학자들은 인공지능을 라틴어 교사로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제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가 학생이 직접 만든 건지, 인공지능이 만든 건지 고민하던 시절은 끝났다.

인공지능과 협업한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학생에게도, 교수에게도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제 대학 예술 교육에서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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