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일단 덮어두고…분열 겨우 피한 G7 외교회의
초반 파열음에 공동성명 무산 우려…철야 회의 끝 합의 도출"루비오 美 국무, 중재역할 잘 수행"…"미봉책 불과" 지적도
임지우
입력 : 2025.03.15 11:49:41
입력 : 2025.03.15 11:49:41

(라말베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G7 외교장관들.2025.03.15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 잇단 '동맹 때리기' 행보로 불편한 기류가 흘렀던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이 분열을 일단 봉합하고 1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유화적인 태도로 나온 것이 합의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공개적인 분열은 피했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동맹국들 간에 남아있는 근본적인 갈등 요인은 해결하지 못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라말베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G7 외교장관들이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2025.03.15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G7 국가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은 일단 제쳐두고 러시아를 향한 휴전 압박과 가자지구 전쟁 종식, 중국의 군사력 증강 억제 등 공통의 목표에 관한 공동성명 채택에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G7 외교장관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격화하며 유럽과 캐나다 등 미국 동맹국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주요 의제였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공동성명문 문구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본격적인 회담을 앞두고 지난 13일 이뤄진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 간의 회담도 러시아에 대한 표현 수위 등을 두고 마찰음을 내면서 이러한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당국자들이 동맹국 간 회의에서는 이례적인 '철야 회의'를 이어간 끝에 이날 오전 미국·일본·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7개국 외교 장관들은 공동성명문 채택에 합의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합의가 장관들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분열 봉합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G7 당국자들은 루비오 장관이 공동성명 채택을 마무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좋은 사람(good guy)"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완고하게 고수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서는 동맹의 입장을 우선해 듣는 태도로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냈다.
외교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메시지들과 달리 루비오 장관만큼은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 G7 국가 외교관은 로이터에 "루비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꽤 좋은 사람"이라면서 "우리는 그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중요하거나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G7 외교 장관들이 이번 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연출해 낸 통합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동맹국들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막말'과 관세 폭탄 위협은 외면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우리는 캐나다가 가진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삼겠다는 구상을 재차 역설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졸리 외무장관은 회의 도중 일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농담처럼 거론하자 "이는 농담거리가 아니다"라며 "캐나다인들은 자부심이 있는 국민이며 당신들은 여기 주권 국가에 있다.
그러니 이 사안이 논의되거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편입' 발언이 이번 회의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사안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WP는 짚었다.
WP는 그러면서 앞으로 이들 국가들이 트럼프 관세로 인한 통상 관계 재설정에 들여야 할 노력에 비한다면 이번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 있던 어려움들은 보잘 것 없는 정도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wisefoo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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