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야심작 '카잔'…높은 액션 완성도, 심심한 스토리텔링

28일 정식 출시 앞두고 사전 리뷰
김주환

입력 : 2025.03.25 00:00:02


'퍼스트 버서커: 카잔' 메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넥슨이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PC·콘솔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으로 서구권에 '던전앤파이터' 알리기에 나선다.

오는 28일 정식 발매를 앞둔 '카잔'이 짊어진 사명은 뚜렷하다.

올해로 서비스 20주년을 맞은 장수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콘솔 플랫폼에서 인기가 많은 소울라이크(소울류) 액션으로 확장하고, 그간 공략하지 못했던 북미·유럽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게임스컴 2024 부스
(쾰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1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개막한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차기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 부스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2024.8.21 jujuk@yna.co.kr

넥슨은 이를 위해 작년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Gamescom)에 출전한 데 이어 일본 도쿄게임쇼, 북미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 등 여러 해외 행사에 '카잔' 시연 빌드와 트레일러를 출품하며 브랜드 홍보에 공을 들였다.

'카잔'이 이미 과포화 상태인 하드코어 액션 게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작품이 될지, 25일 사전 리뷰를 통해 살펴보았다.

개성 있는 디자인의 보스 '트로카'
[게임 화면 캡처]

◇ 개성 있는 보스 16종 방대한 분량…손맛 살아있는 액션 '액션 명가'라고 불리는 네오플답게 '카잔'의 액션은 군더더기 없이 탄탄하다.

도부(검과 도끼), 대검, 창 3종의 무기는 제각기 플레이 방식과 스킬트리가 크게 달라서, 무기를 변경하면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전투 방식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나 'P의 거짓' 같은 게임과 비슷하게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퍼펙트 가드'로 쳐내 피해 없이 막아내고,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려 강한 공격을 꽂아 넣는 플레이가 주가 된다.

퍼펙트 가드를 성공시키면 일부 적이나 보스는 특수 동작과 함께 경직되기도 하고, 세팅에 따라서는 적에게 역으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정확한 타이밍 입력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줌으로써 플레이어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카잔'의 액션에는 20년간 액션 게임 외길을 걸어온 네오플의 내공이 녹아 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 후반부 스테이지
[게임 화면 캡처]

'카잔'에는 총 16종의 개성 있는 보스가 준비돼있는데, 각각의 콘셉트와 공략법이 확연히 달라서 순간마다 도전적인 경험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패턴이 익숙해지면 눈으로 보고 회피나 퍼펙트 가드로 대처가 가능하기에, 억지로 난이도를 높여 놓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보스의 난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간이 있지만, 이쯤 되면 플레이어의 장비도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고 스킬도 모두 개방돼있기에 다양한 실험을 하며 플레이어가 최적의 빌드를 맞추게끔 유도한다.

이밖에 '카잔'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던전앤파이터' 원작 속 각종 캐릭터와 몬스터도 팬들에게는 소소한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게임의 주인공 '카잔'
[게임 화면 캡처]

◇ 몰입감 떨어지는 스토리…스테이지 재활용은 '글쎄' '카잔'은 싱글플레이 액션 게임의 또 다른 한 축인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미흡한 모습이 여럿 엿보인다.

'카잔'의 줄거리는 제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대장군 카잔이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몰락하고, 생사의 기로에서 명계(冥界)에서 넘어온 악령 '블레이드 팬텀'과 손잡고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복수극은 '햄릿'이나 '몽테크리스토 백작'부터 수많은 현대의 '막장 드라마'까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자주 쓰이는 스토리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끌어내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의 주인공 카잔이 얼마나 멋진 삶을 누리다가 배신을 당해 모든 것을 잃었는지,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마법사 오즈마와는 얼마나 절친한 사이였는지 등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카잔'에서 재해석된 원작 캐릭터 '단진'
[게임 화면 캡처]

스토리를 진행하면 만날 수 있는 카잔 주변 인물들이나 처치한 보스의 이야기도 상당수가 별도의 컷신(연출 영상) 형태로 전달되는데, 플레이어가 카잔의 눈과 귀가 되어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유튜브에 있는 게임 스토리 요약정리 영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가뜩이나 맵에서 보스 방으로 이동하는 구간을 비롯해 지역과 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은 수많은 컷신과 로딩 화면으로 나뉘어 있다.

그 결과 배신의 전모를 밝히고자 화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카잔의 처절함에 크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개방되는 서브 퀘스트는 상당수가 기존 스테이지와 보스를 그대로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이같은 레벨 디자인이 '카잔'만의 방식은 아니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아니라 완성된 경험을 강조하는 패키지 3D 액션 게임에 적합한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카잔' 속 스테이지 '호수도시 알데비르'
[게임 화면 캡처]

◇ 글로벌 데뷔 앞둔 카잔, 넥슨 '종적 확장' 전략 시험대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카잔'은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액션 게임으로서, 기존 '던전앤파이터' 팬과 소울라이크 게임 마니아층에 어필하는 수작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네오플은 최근 제작진 인터뷰에서 '카잔' 발매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겠다고 강조했다.

'P의 거짓'이나 '엘든 링' 같은 앞선 유사 장르 게임들이 발매 전후로 대형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개발에 착수한 전례를 고려할 때, '카잔'도 유료 DLC로 게임플레이 경험이 더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네오플 제작진이 '카잔' 개발을 통해 쌓은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 개발 경험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다.

넥슨은 지난해 2027년까지 매출 7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기존 인기 IP를 장르·플랫폼적으로 확장하는 '종적 확장' 전략을 내세웠다.

'카잔'의 출시 후 성과는 이달 말 출시하는 '마비노기 모바일'과 함께 넥슨이 내세운 '종적 확장' 전략의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보스전 '볼바이노'
[게임 화면 캡처]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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