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통령 마음대로”...오락가락하는 이 남자, 전세계 질서를 뒤흔든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3.30 08:19:59 I 수정 : 2025.03.30 09:34: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동차 관세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정대로 오는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지난 수 십년간 세계 각국이 쌓아올린 무역·통상 질서가 모두 허물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앞선 관세 조치는 다가올 통상전쟁의 예고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엄포하며 미국의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협정의 기본적인 틀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호관세 부과기준·방식 “결국 트럼프 마음”
세계 각국 정부는 오는 2일 미국의 상호관세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부과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밝힌 상호관세 부과 기준은 △양국 간 관세율 차이 △비관세 장벽 △내국세 △환율 △각 정부 정책 등 5가지다.

통상 전문가들은 세계 모든 국가에 일률적인 관세율을 적용하기보다는 일종의 ‘티어(Tier·단계)’를 두고 관세 부과 대상국을 구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스콧 베센트 미 재부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 과도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설정한 국가를 두고 ‘더티15’라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 기준으로 제시한 5가지 항목만 두고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도드라지는 편은 아니다. 한미 FTA로 주요 공산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이 0%인데다, 매년 FTA 공동위가 양국의 FTA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비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꾸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들여다보는 내국세 문제도 부가가치세가 20%를 넘는 유럽연합(EU)을 염두해 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안심하기엔 이른 상태다. 미국 측이 다른 요인을 두고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658억 달러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8번째로 무역적자가 많은 교역국이라는 점이 부담요인이다.

최근 한미 양국 상무장관 면담 자리에 함께 했던 산업부 관계자는 “어디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상호관세를 부과할지는 (미국 정부) 내부에서만 알 수 있고, 관세 부과 후에도 왜 이렇게 부과됐는지에 대해 미국 정부는 설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트닉 상무장관으로부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상호관세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요 경쟁국의 상호관세율이 얼마인지에 따라 우리 기업의 미국 내 경쟁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보며 (전략을) 검토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대비책 마련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주요 경쟁국과 대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가 부과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품목별 관세가 더해지는 상황이 ‘최악’이 될 것이라 관측한다. 반면 상호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출 경쟁 상대국인 EU과 일본보다 낮은 상호 관세율이 부과된다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철강·車이어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사정권
오는 2일에는 품목별 관세도 예고돼 있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이 일종의 ‘베이스라인’이 되고, 특정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율이 얹혀지는 구조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특정 품목만 한정해 관세 부과를 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해 온 품목들을 살펴보면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목재 정도다. 그 중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지난 12일 25%의 관세가 발효됐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도 오는 3일부터 관세 부과가 시작된다.

해당 품목은 국가별 예외 없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던 일본과 호주도 예외 없이 철강 관세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미국도 선(先)조치·후(後)협상을 공식화한 상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관세 부과 이후 국가별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상태다. 최근 미국은 EU 상무장관의 방미에서도 “내주 상호 관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넓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국내법과도 연관돼 있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때 보통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다. 이들 관세를 부과하려면 미국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최장 270일까지 시간이 걸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기 위해 사전 절차를 마무리해 둔 품목은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미국이 각 국으로부터 원하는 협상 카드를 제때 받아내기 위해서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고 즉각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인데, 일종의 관세 부과를 위한 일종의 ‘명분’이 필요하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하면서 팬타닐을 언급한 것도 바로 그런 배경에서다.

한 통상전문가는 “전국가와 전품목을 대상으로 미국이 일일이 명분을 찾기에는 4월 2일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무역적자가 심한 일부 국가와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관심있게 보는 특정 품목에 관세 부과 조치가 제한 될 것으로 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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