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파이어 장악한 베인…채권자 경영권 인수 전략 이목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4.01 14:03:41 I 수정 : 2025.04.02 18:04:15
[본 기사는 04월 01일(08:5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최근 베인캐피털이 한국 시장에서 ‘채권자 경영권 인수(Loan-to-Own)’ 전략을 구사해 국내 투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전략은 채권자가 대출 계약상 조항을 활용해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전략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지난 2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의 경영권을 이 전략을 통해 확보했다.

이 리조트는 미국 원주민 부족기업 모히건(Mohegan)이 한국 정부의 카지노 라이선스를 획득해 지난해 3월 개장한 시설이다.

모히건은 한국에 유한회사 엠지이코리아(MGE Korea)를 세워 인스파이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21년 베인캐피탈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모히건에 2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메자닌 형태로 대출해줬다.

개장 초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모히건은 대출 계약에 명시된 재무준수약정(재무 커버넌트)을 위반하게 됐다.

이를 근거로 베인캐피털은 채권을 지분으로 전환하며 개장 1년 만에 인스파이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전경 [사진=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순손실 누적에도 불구하고 모히건은 이자나 원금 상환에 단 한번의 연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 역시 2027년 5월로 2년 이상 남아 있었다.

베인캐피탈의 인스파이어 경영권 인수에 대해 베인캐피탈과 모히건 측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인캐피탈 측은 “지난해 여름부터 수차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모히건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장 초기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히건 하에서 인스파이어는 운영상의 핵심 부문에서 미흡한 전략 실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모히건의 재정적 문제는 북미 외 대규모 복합 리조트 운영 경험이 부족한 모히건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모히건 측은 “시장의 관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약정을 수정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성의 있는 제안을 했지만 베인캐피탈은 이를 일축하고 인스파이어의 다른 대주들보다 선순위로 대규모 지급을 받게 되는 역제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리조트의 경우 초기 실적 부진은 흔하고 통상 이럴 경우 조건 재조정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처럼 기술적 조항을 근거로 단기간에 경영권을 장악한 사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이 활용한 채권자 경영권 인수 방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종종 이용돼왔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은 전략이다.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켄지의 ‘2024 아시아태평양 사모대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이 전략을 비선호하거나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방식으로 분류한다.

영국계 법률·규제 분석 전문기관인 로 리포트 그룹(Law Report Group)은 “전문성이 없는 채권자가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법적·운영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모히건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카지노 리조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지난 2016년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게임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인스파이어는 향후 5년 동안 인접 인천공항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이외에도 13억달러 규모의 확장 프로젝트가 정부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러나 경영권 변경으로 인해 향후 인허가 절차 및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스파이어 경영권 인수는 ‘Loan-to-Own’ 전략이 실현된 보기 드문 사례”라며 “메자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겠지만 불확실성은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인캐피탈은 “베인은 기존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인허가 및 확장 관련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도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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