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가뜩이나 붐비는 공항…연예인과 승객 충돌

"인천공항 패스트 트랙 확대해야" vs "특혜는 안된다" 의견 분분
성연재

입력 : 2025.04.05 08:00:08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누군 소리 지를 줄 몰라서 안 지르는 줄 알아?" 최근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한 연예인이 출국하려다 경호원과 일반인 승객 사이에 격한 말싸움이 오갔다.

그룹 NCT 위시 멤버가 출국하는 과정에서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경호원과 일반인 승객이 고함을 지르며 싸운 것이다.

가뜩이나 붐비는 출국장이 연예인들과 몰려든 팬들 탓에 혼잡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마찰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K-컬처 덕분에 한국인 연예인들의 출입국은 거의 매일 이어진다.

같은 날 김포국제공항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 8인조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가 출국하는 과정에서 극성팬이 몰려들며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대부분 언론이 일회성 연예 관련 기사로 처리했지만, 관광업계 쪽에서는 이를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출국장 혼잡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연예인도 일정 비용을 받고 패스트 트랙(우선 출국 서비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인천공항에서는 만 7살 미만 유아나 임산부 등 교통 약자를 동반하면 최대 3인까지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다.

오는 6월부터는 패스트 트랙 제도가 확대돼 미성년 자녀 3명 이상 가구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츠투하츠의 김포국제공항 출국길에 몰려든 인파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속내가 복잡하다.

공사는 지난해 말 연예인 출국 시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받고 연예인들의 패스트 트랙 이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예인만 특혜를 받는 이유가 뭐냐'는 식의 비판이 일자 계획을 철회했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 승객들이 연예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아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려고 했었다"면서 "연예인들에게 비용을 내고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게 하면 일반인 승객의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는데 여론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패스트 트랙 허용 범위가 다자녀 가족까지 확대된데다 연예인 출국 시 혼잡과 갈등이 심화하면서 연예인 패스트 트랙 허용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공항의 패스트 트랙은 현재 교통약자에 한해 극히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세계 유수의 허브 공항 상당수는 일정 비용을 지불한 사람 또는 항공사의 높은 티어(등급) 또는 비즈니스 승객 이상에게는 빠른 출입국 절차를 밟게 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이진욱 기자]

인천공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30대 공항(여객 송출 기준) 가운데 비즈니스 승객을 포함한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상당수 공항은 고객 유치를 위해 주차장에서 의전실과 게이트 앞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내걸고 있다.

심지어는 공산권인 베트남마저 일반승객들도 미화 20달러가량의 '웃돈'을 주면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베트남을 다녀오면서 하노이 공항에서 패스트 트랙을 신청했는데 입국자가 몰리는 시간엔 2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는 입국 심사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노이공항의 패스트 트랙.공항 담당자가 직접 영접을 나와 빠른 창구로 안내하는 모습.[사진/성연재 기자]

패스트 트랙 도입 문제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출입국간소화위원회 통과가 우선이다.

이 위원회는 국토부와 법무부, 세관 등도 얽혀 있지만, 키는 정치권에 있다.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은 "해당 부처가 움직이려면 결국 정치권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며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국민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판단이다.

연예인 출입국 시 혼잡에 불만을 표출하지만 막상 패스트 트랙을 시행하려고 하면 '나도 바쁜데 누구를 위해 운영하느냐'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러나 만약 패스트 트랙 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출입국 시설과 인력 확충 등에 활용한다면 일반 승객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학재 사장은 "연예인들로부터 비용을 받아 일반 승객들을 위해 쓴다면 모두가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의 계약을 위해 입국하는 바이어들이 휴가철 등 공항이 복잡할 때 일반 승객들과 똑같이 줄을 서게 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비용을 내고 이용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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