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음식점 주인 A씨(37)는 임차료가 부족해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2주간 30만원을 빌렸다. 2주 후 이 업자는 원금의 2배가 넘는 돈(연이율 환산 시 2600%)을 요구했다. 병원비 50만원이 부족한 대학생 B씨(22)는 인터넷을 통해 한 달 후 70만원(연이율 480%)을 상환하는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 이후 두 사람은 불법 추심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처럼 갑자기 몇 십만 원의 소액이 필요해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즉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가 고금리의 늪에 빠져 고통을 겪는 취약계층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1인당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오는 27일부터 시행한다.
2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생계비대출 제도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가 지원 대상이다.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이 어려웠던 연체자나 무소득자도 포함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상담을 받으면 곧바로 대출금이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이때 생계비 용도와 상환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대면 방식을 택한 것은 유사한 취지의 프로그램을 살펴봤을 때 비대면 방식보다는 본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접 대출을 받기 위해 현장에 나오는 경우 대출금 상환 비율이 더 높았다는 통계 등을 고려했다.
대출 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 대출은 50만원까지 해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대출을 해준다. 다만 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이 상담 과정에서 인정되면 최초 100만원까지 대출도 가능하다.
한도액은 내구제대출이 50만원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른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대출은 전화를 개통해 업자에게 넘기면 1대당 5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구조다. 하지만 몇 달 뒤 통신요금이나 소액결제 폭탄을 맞게 돼 결국 훨씬 많은 돈이 빚으로 돌아온다.
쟁점이 됐던 금리는 연 15.9%로 정해졌다. 2금융권이나 대부업 평균 금리(15% 수준), 서금원이 보증하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금리(15.9%)를 감안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그 대신 성실 상환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돼 50만원 대출 시 최초 월 이자 부담은 6416원이다.
유재훈 금융위 소비자국장은 "이건 실험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등 일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도 어려움을 겪는 분 중 일부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실패한 제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