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해제 기대감에 '들썩'…대치·잠실아파트 2억 올라

오세훈 시장 '해제 검토' 발언에 "4∼5년 족쇄 풀리나" 일제 강세집주인 매물 회수하고 신고가 거래 속출…서울 아파트값도 상승 전환서울시 이달 중 발표, 재건축 단지는 제외될 듯…"가격 거품 우려"
서미숙

입력 : 2025.02.09 09:58:34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호가도 몇 주 만에 최근 1억∼2억원 이상 올랐습니다." 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로 지정 5년 차를 맞은 대치·잠실 등 강남권은 물론 이보다 지정이 10개월 늦은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까지 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으로 들썩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해제 지역이나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잠실 84㎡ "30억원 넘으면 팔겠다" 매물 회수…대치·압구정도 신고가 행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4일 개최된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달아오르고 있다.

오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허가구역 해제를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해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당장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엘스 아파트 일대는 허가구역 해제 예상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대지면적 6㎡의 주택을 취득하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곧바로 최소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또 주택 매수자의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1년 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팔아야 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4년 넘게 거래를 옥죄던 허가 규제가 풀리면 앞으로 가격이 크게 뛸 것이라는 예상에 실거래가도 상승 중이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9층이 28억3천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10층이 26억7천500만원, 21층은 27억4천만원에 팔렸는데 1억∼1억5천만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전용 27.68㎡는 지난달 17일 7층이 11억9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중순 7층이 11억원, 바로 직전인 올해 1월 초 31층과 11층이 각각 11억2천만원, 9억7천5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7천만∼1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허가구역 해제 발언이 나오면서 전용 84㎡ 집주인들은 30억원이 넘으면 팔겠다고 매물을 회수했고, 그동안 안 나가던 매물도 싹 팔렸다"며 "아직 실거래가 신고 전인데 전용 84㎡가 28억5천만원에 팔리는 최고가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삼성동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최근 매매 호가가 40억원에 달한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여 거래가 힘들 정도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84.43㎡가 지난달 17일 30억4천만원에 팔린 데 이어 최근 30억9천만원에 거래됐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현재 호가는 31억∼32억원으로 치솟았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49층 재건축 추진 계획에 이어 허가구역 해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1억∼2억원 이상 올랐다"며 "반포 아파트 가격에 비해 대치동은 너무 싸다는 인식이 컸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 제 시세를 찾아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압구정·목동·성수동·여의도 등 정비사업 추진 지역도 토지거래허가 해제 기대감에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뛰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는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압구정 3구역 내 전용 196㎡는 최근 95억원에 팔렸고, 전용 84㎡ 국민주택 평형도 52억원에 매매 약정이 된 상태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압구정케빈중개법인 김세웅 대표는 "허가구역에 묶여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낡은 집에 들어와서 사는 '몸테크'를 한다거나 계약 후 1년 내 다른 보유주택을 모두 매도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데 허가제에서 풀리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비싼 값에도 거래가 이뤄진다"며 "살 사람은 많은데 매도자의 통장 계좌를 받기가 어려울 정도"고 말했다.

최근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 공람이 한창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도 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에 들떠 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7단지 전용 66㎡의 경우 실거래가가 20억원이 넘었는데 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에 매물이 거의 들어가고 호가는 21억∼22억원으로 올랐다"며 "목동은 강남과 달리 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억제되는 등 피해가 컸기 때문에 이번에 꼭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 여파로 탄핵 정국 여파로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4주간 보합세를 보이다 지난주 0.02%가 올라 상승 전환했다.

특히 송파구는 지난달 13일 조사에서는 0.04% 올랐으나 오 시장의 허가구역 해제 발언이 나온 뒤 20일 조사에서 0.09% 뛰었고, 지난주엔 0.13%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지난달 13일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 전환하며 상승세가 멈춘 듯했으나 이후 2주 연속 0.01%씩 올랐다.


강남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 "섣부른 발표에 가격 거품 우려"…이달 중 발표 전망, 재건축은 빠질 듯 서울시에 따르면 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국토부가 지정한 용산 철도정비창 일대(72만㎡)를 포함해 총 6천525만㎡에 달한다.

2020년 6월에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천440만㎡)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올해로 5년 차를 맞는다.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475만㎡)가 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들 지역 외에 재건축·재개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도 모두 허가구역 대상이다.

이들 허가구역은 한 번에 최장 5년 이내로 횟수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는데,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 일대와 압구정 등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지역의 허가구역을 1년 단위로 재지정하면서 구역 지정 만료 때마다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최근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허가구역으로 묶지 않고 있는다며 허가구역의 부작용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반포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말 역대 최고가인 60억원에 팔렸고, 지난달에는 133.95㎡가 106억원에 계약되며 3.3㎡당 매매가가 2억6천114만원에 달하는 등 공동주택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중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의 발언에 따라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지 선정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중 해제 대상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풀리는 곳은 강남 MICE 사업지 일대 일반 아파트로 한정되고, 재건축 추진 단지는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사업 호재 단지까지 풀어주면 자체 개발사업 호재와 맞물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남 허가구역내에서도 대치 은마나 잠실 주공5단지 등은 해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월에 허가구역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정비사업 추진 지역과 신통기획 추진 단지들도 해제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해제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미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과도한 기대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목동은 재건축 호재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안 되고 가격도 저평가돼 있다는 불만이 많다"며 "이번에 해제 대상에서 빠진다면 실망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2단계 DSR 적용을 두 달간 미루면서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번에도 해제 가능성부터 언급하면서 가격만 부풀리고 있는 격"이라며 "갭투자가 허용되면 가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크게 뛸 수밖에 없는 만큼 최소한 실거주 요건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시가 서둘러 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한은행 우병탁 팀장은 "애드벌룬을 먼저 띄우는 바람에 가격이 올라 해제 명분이 약해지고, 해제 대상 제외 단지까지 거품만 키울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모두 수요가 높은 인기단지인 만큼 시장에 해제 후 미칠 영향과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되 서둘러 방침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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