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식이가 잡던 오징어는 어디로…어획량 20만t 사라졌다

작년 오징어 생산량 1만3천t 역대 최저…2000년대 연평균 20만t남획·수온 상승 영향…기후변화로 연근해 어업 생산 감소세
김윤구

입력 : 2025.04.20 06:25:00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오징어 많이 잡아와" 제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은 오징어 배 선장이다.

관식의 배가 만선이라며 이웃 해녀가 기뻐하기도 한다.

제주 해역은 동해만큼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아니지만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어획량이 훨씬 많았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살오징어(오징어) 생산량은 지난 2004년 2천151t(톤)으로 2천t이 넘었으나 지난해 435t에 그치면서 최근 3년 연속 500t을 넘기지 못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제주 해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전국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1만3천546t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4년(21만3천t)과 비교하면 약 20만t이 줄어 16분의 1 수준이 됐다.

전국 오징어 생산량은 1990년대 이후 10만t 이상을 유지하다 2017년 처음으로 10만t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21년 6만1천t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 포구 건조대에 오징어들이 걸려 있다.2025.3.7 jihopark@yna.co.kr

오징어의 씨가 말라가는 것은 남획과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장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1990년대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이 올라가 서식에 적합해지면서 어획량이 급증했으나 근래에는 수온이 너무 높아져 북상하거나 어군이 분산돼 조업 효율이 떨어진다"고 어획량 감소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남획도 오징어 생산이 많이 줄어든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이 오징어를 지나치게 많이 잡아 자원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오징어 생산량은 2000년대 연평균 약 20만t에 이르렀으나 이제 1만t을 겨우 넘기는 정도로 쪼그라들어 이런 추세라면 곧 수천t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수경 과장은 올해 생산량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원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오징어 유생(알에서 갓 태어난 오징어) 조사 밀도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징어는 최근 몇 년간 생산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치솟아 '금징어'라 불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연근해 신선냉장 오징어의 평균 산지 가격은 지난 달 1㎏당 9천51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천908원)보다 143.4% 뛰었다.

지난달 도매가격은 1만9천332원으로 12.9% 올랐다.

다만 소비자가격은 정부 할인 지원 영향으로 한 마리에 8천938원으로 작년보다 0.6% 내렸고 평년보다 37.0% 비싸다.



오징어와 고등어 등의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수산물은 작년 동월 대비 4.9% 올라 2023년 8월(6.0%) 이후 1년 7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지속해 감소하는 추세라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보다 11.6% 줄어든 84만1천t으로 집계됐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평균 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 116만t으로 급감했고 2020년대에는 93만t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오징어와 함께 대중성 어종으로 꼽히는 고등어와 갈치 어획량은 지난해 각각 17.4%, 26.6% 줄었다.

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고수온으로 양식장에 있는 물고기의 집단 폐사도 심각하다.

작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천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ykim@yna.co.kr

고공행진 하는 오징어 가격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고수온 등의 기후변화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며 오징어와 고등어, 명태, 마른 멸치 등 밥상에 오르는 수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오징어의 작년 생산량은 1만3천500t으로 전년보다 42% 줄었다.사진은 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오징어가 진열돼 있다.2025.3.3 ksm79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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