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명인과 고기굽기 장인이 만나면? “투뿔 그 이상의 가치”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5.04.22 09:52:59 I 수정 : 2025.04.22 10:45:16
최고의 한우 명인과 전문 그릴러의 만남
‘그릴마스터-한우 맛에 빠져들어라’ 행사
매경·농협축산경제·벤처농업대학 주최
한우명인이 직접 생산한 안심·등심·채끝
축협·벽제갈비 전문 그릴러가 굽기 시연
“이렇게 맛난 고기는 처음...세계화 나서자”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전문 그릴러들이 한우명인이 생산한 소고기를 굽고 있다. 왼쪽부터 정영란 그릴러, 한 명 건너 한규성 그릴러, 김명애 그릴러, 김용호 그릴러.[이승환 기자]
21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영주축협 한우프라자 청계산역점. 그동안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빅 이벤트가 열렸다. 이름하여 ‘한우 그릴마스터와 함께-한우 맛에 빠져들어라’ 행사다.

한우 굽기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 그릴러 4명이 축산·외식업계 관계자들에게 고기굽기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시식을 통해 한우산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다. 매일경제 애그테크혁신센터와 농협축산경제, 한국벤처농업대학이 주최했으며, 나눔축산운동본부와 벽제갈비가 후원했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마스터 행사에서 한우 명인과 그릴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진표 한우마이스터, 정영란 그릴러, 서병국 영주축협 조합장, 백석환 명인, 한규성 그릴러, 안병우 농협축산경제 대표, 김명애 그릴러, 김상준 명인, 김용호 그릴러, 김태현 벽제갈비 부회장.[이승환 기자]
그런데 이날 행사를 특별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전문 그릴러들이 굽는 한우가 우리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그런 한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축산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우 명인들이 직접 생산한 한우가 이날의 그릴링 재료였다. 사실 한우는 정부가 지정한 공판장에서 도축된 이후 등급 판정을 통해서 전국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특정 농가에서 생산한 한우를 골라 맛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히 한우 명인들의 제안으로 열린 행사였기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한우를 가져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명인/마이스터는 백석환 명인, 김상준 명인, 임진표 마이스터, 김용기 마이스터다. 김상준 명인은 이번 행사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 “한우산업이 발전하려면 농가 단위에서의 생산 뿐만 아니라 한우가 소비시장에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한 차원 높은 외식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전문 그릴러들이 구운 한우를 맛보고 있다.[이승환 기자]
이날 한우 명인들이 직접 생산한 한우를 최고의 맛으로 선사하기 위해 참여한 전문 그릴러들은 벽제갈비의 정영란 그릴러와 김용호 그릴러, 그리고 안성맞춤한우의 한규성 그릴러, 영주축협의 김명애 그릴러다. 정영란, 김용호 그릴러는 벽제갈비에서 자체 진행하는 그릴 마스터 대회에서 최고 등급인 마스터 그릴러를 획득한 그야말로 고기굽기 장인으로 통한다. 한규성 그릴러는 지난해 경기도 그릴마스터 대회에서 그릴 마스터 인증을 받았다. 김명애 그릴러는 고기굽기 경력만 20년에 달한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그릴 마스터의 개념과 행사 취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이승환 기자]
이날 행사에는 안병우 농협축산경제 대표, 임기순 국립축산과학원장, 장용수 한국데이터거래소(KDX) 대표, 김창길 전 농촌경제연구원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이하연 김치명인(전 대한민국김치협회장), 고화순 나물명인 등을 비롯해 이성기 순천광양축협 조합장, 서병국 영주축협 조합장, 이은승 세종공주축협 조합장 등 많은 지역축협 조합장들이 참석했다.

행사 1부에서는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한우와 그릴 마스터’라는 제목으로 이번 그릴 마스터 행사의 취지에 대해 소개했고, 2부에서는 전문 그릴러들이 한우 명인들의 고기를 직접 굽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참석자들의 시식과 만찬으로 이어졌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전문 그릴러들이 한우 그릴링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용호 그릴러, 김명애 그릴러, 한규성 그릴러.[이승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지낸 민 교수는 그릴 마스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최고의 그릴링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정의하고 “한우의 특징과 품질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구울 지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릴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숙련도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 더해 다양한 방식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그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고객과의 원할한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그릴링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그릴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2부에서는 본격적인 그릴링 시연과 시식이 진행됐다. 한우 명인들은 각자 다른 부위 고기를 갖고 전문 그릴러와 짝을 이뤄 그릴링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한우 명인과 그릴 마스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진표 마이스터, 정영란 그릴러, 백석환 명인, 한규성 그릴러, 김명애 그릴러, 김상준 명인, 김용호 그릴러, 김태현 벽제갈비 부회장.[이승환 기자]
금산 금홍한우 대표인 임진표 마이스터가 가져온 최고 등급 안심은 정영란 벽제갈비 마스터 그릴러가 구웠다. 대전 석청농장 대표인 백석환 명인이 생산한 등심은 한규성 안성맞춤한우 그릴러가 맡았고, 정읍 행복하누 대표인 김상준 명인의 채끝등심은 김명애 영주축협 그릴러가 구웠다. 김용호 벽제갈비 마스터 그릴러는 김태현 벽제갈비 부회장이 직접 가져온 특수부위 토시살로 그릴링 시범을 보였다.

그릴링 시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전문 그릴러들이 구운 한우를 맛보고 다양한 소감을 전했다.

안병우 농협축산경제 대표는 “한우가 정말 맛있는 고기라는 사실을 오늘 행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릴 마스터라는 개념이 확산돼 외식업계에 많이 퍼지면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기순 국립축산과학원장은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신문에 한우가 지구상 최고의 소고기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시식을 통해 그런 사실을 절감했다”며 “그릴 마스터가 발전해 한우가 전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소고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한우 명인과 함께 하는 그릴 마스터 행사에서 그릴러들이 한우명인들이 직접 생산한 소고기를 굽고 있다.[이승환기자]
이성기 순천광양축협 조합장은 “그동안 한우 개량사업을 통해 맛과 육량, 생산성을 많이 높여왔지만 앞으로 일본의 와규를 완전히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에 더해 한우 문화의 품격을 높이고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그릴 마스터를 육성하는 것이 한우를 세계 최고의 소고기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태현 벽제갈비 부회장은 “이번에 명인들이 직접 육성한 한우의 맛을 보고 그 육향과 감칠맛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최고 등급의 한우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에 더해 한우 명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명인의 한우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품격을 선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승규 교수는 “명인의 한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이른바 투뿔 등급 한우 그 이상의 맛과 가치를 주었다”며 “한우 명인들과 함께 그릴 마스터를 육성하면 한우가 세계 최고의 명품 소고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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