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자 투심 싸늘 시장 불확실성에 참여 부진 공모주 고평가 논란도 계속 올해 4월 신규상장 3건 그쳐 롯데글로벌로지스·달바 등 중대형 IPO 흥행 여부 촉각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4조~5조원에 달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DN솔루션즈가 상장 철회를 전격 결정했다. 회사 측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대만큼의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자 공모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 IPO 시장이 최근 5년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대어급 상장 철회까지 이어지며 시장 위축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이날 오후 경영진 회의를 열고 상장 철회를 최종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에 IPO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DN솔루션즈는 이날 공시를 통해 "현재와 같은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당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DN솔루션즈는 지난 4월 22~28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으로 참여했지만, 회사와 주요 주주들은 좀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 위해 시장 상황 호전을 기다리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DN솔루션즈는 당초 공모가 희망범위를 6만5000~8만970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4조1039억~5조6634억원 규모로, 올해 최대 규모 IPO가 될 수 있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해외 기관들의 투심이 싸늘했던 배경으로는 최근 글로벌 정세 불안이 거론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추진하며 무역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DN솔루션즈에 대한 투자 부담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공모주 시장에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먼저 진행된 조 단위 초대형 공모인 LG CNS, 서울보증보험의 수요예측에서도 해외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번 상장 철회로 침체된 IPO 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반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월 신규 상장 기업은 에이유브랜즈, 한국피아이엠, 쎄크 등 단 3곳에 불과하다.
4월은 계절적으로 IPO 비수기로 분류되긴 하지만, 올해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PO 시장 위축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속적인 고평가 논란이 꼽힌다. 올해 들어 투자자들은 실적과 성장성을 따져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번에 상장을 철회한 DN솔루션즈 공모의 경우에도 높은 가격과 구주매출이 흥행의 걸림돌로 지목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남은 중대형 공모 흥행 여부에 쏠리고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달바글로벌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수요예측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예상 시가총액이 4789억~5622억원에 달한다. 이날까지 수요예측을 마치고 5월 초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마감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바글로벌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6578억~8002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IPO업계 관계자는 "DN솔루션즈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이들 기업의 공모 결과에 따라 IPO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