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쇼크에 4월 대미수출 폭삭…평택항 텅 비었다

이대현 기자(lee.deahyun@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5.01 22:36:03


경기도 평택항은 한국 자동차 수출의 전진기지다. 수출 차량 중 3분의 1을 처리하는 곳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이곳 왕복 6차선 항만 도로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차량을 가득 실은 대형 차량 한두 대가 간헐적으로 지나갈 뿐 분주했던 항만의 활기는 찾기 어려웠다.

항만 야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량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고 수출 차량 사이사이 공백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증명하듯 평택국제자동차부두부터 기아자동차전용부두까지 약 800m 구간 도로에는 트레일러 수십 대가 갓길에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수출 현장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이슈에 환율 폭등,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현장은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평택항에서 15년째 부두 운영사로 일해온 한 관계자는 “수출이 줄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게 빈 부두와 빈 야드”라며 “겉보기엔 물건이 없으니 다 나간 것 같지만, 사실은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만 주변 상권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평택 포승공단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출근 인원이 줄다 보니 손님도 끊겼다”며 “일부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8억달러로, 그중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347억달러로 49%를 차지한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미국 판매 물량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이 42%로 포드(101%), GM(63%), 도요타(49%) 등 주요 경쟁사보다 낮아 관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IBK경제연구소 등 전문기관은 25% 관세 부과로 우리나라 자동차 대미 수출액이 65억달러 감소하고, 완성차사 영업이익이 10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실제 지난달 3일 25% 관세가 부과된 이후 미국향 자동차 수출액이 7억300만달러 줄면서 이 같은 추정이 현실화했다.

다른 수출 품목에도 대미 수출 둔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대미 수출 주력 품목으로 꼽히는 일반기계는 전년 대비 수출이 22.6%, 반도체는 31.0% 감소하며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글로벌 수출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8개 수출 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감소했다.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수출액이 세 번째로 큰 일반기계 품목은 수출액이 6.3% 감소했고, 그 뒤를 잇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품목도 수출액이 각각 14.4%, 13.1% 줄어들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7.2% 증가했다. D램 메모리(DDR4) 고정가격이 작년 4월 이후 12개월 만에 반등한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출 호조세가 나타나면서 역대 4월 중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 역시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반도체 공급망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품목별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조치로, 4월 1일 기준 270일 이내에 종료될 조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관세 부과 또는 무역 제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조치를 앞두고 수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부 사재기 수요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수출 불확실성은 커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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