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남용수 한투운용 ETF본부장 "AI와 사람 사이 돈 벌 틈새 찾는다"
ETF 상담 특화 AI 서비스 개발…"조직 내 기술 이해력 높였던 계기""최신 기술의 과실을 고객에게…투자자 궁금증 더 잘 풀 서비스 준비"AI 퇴직연금 심적 부담 낮춰…"극도 불확실성엔 장기 데이터가 위안"
김태균
입력 : 2025.05.05 07:00:06
입력 : 2025.05.05 07:00:06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공학도에게 애초 금융시장은 정답이 보일 것 같았다.
노이즈만 필터로 잘 걷어내면 통신 신호처럼 투자 가치가 또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봤다.
마음먹고 금융수학을 공부해 금융계에 입문했지만, 시장의 복잡성·변동성이란 난관이 컸다.
'정답 찾기' 믿음이 깨졌지만, 대신 새 교훈을 배웠다.
세상엔 돈을 벌 기회인 '틈새'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틈새는 사람의 인지적 한계 사이에 있었고, 시장 구조와 제도 사이에서도 반짝였다.
고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편화하는 요즘 그는 AI와 사람 사이에서 돈을 벌 또렷한 틈새를 찾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남용수 ETF운용본부 본부장 얘기다.
남 본부장은 AI 등 혁신 기술에 집중하는 '빅테크'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대거 선보여 금융투자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2월에는 ETF 관련 문의에 특화한 AI 챗봇(대화형 로봇) 서비스인 'ACE AI 고객센터'의 개발을 완료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 본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한투운용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AI 개발을 통해 기술에 대한 내부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AI 기반의 후속 고객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최신 기술의 과실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더 잘 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남 본부장은 대표적인 퀀트(계량분석 전문가) 출신의 리더다.
연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현직 트래이더로 활동했고 한국에 돌아와 데이터·AI 기법을 내세운 사모펀드 회사 '루트엔글로벌 자산운용'을 공동 창업했다.
남 본부장은 자산운용 분야에서 상품 개발과 심층 리서치 등 업무에 AI가 도입돼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AI는 사내 구성원의 능력을 두텁게 끌어올려 상향 평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AI는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특히 엔비디아 등 하드웨어 분야를 매력적으로 본다"며 "한편 국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금융 AI)가 퇴직연금 운용에 대거 쓰이기 시작했는데 투자 초보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남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ETF 상담에 특화한 AI를 개발한 배경은 ▲ ETF는 증권사 같은 판매사가 없다.
고객 질문이 다 자산운용사로 온다.
많은 질문을 사람이 다 답하려면 비효율 문제가 크다.
이런 질문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나중엔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잘하게 만들 수 있다.
ETF 주문 기능을 붙이자는 등의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이번 AI 서비스가 첫 출발이라 '충실한 답변'이라는 기본부터 시작했다.
-- 외부 AI 핀테크 기업(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과 함께 서비스를 공동 개발했다.
가장 중시한 가치는 ▲ 속도와 정확성을 당부했는데, AI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답변이 정확하고 충실할수록 속도가 떨어진다.
단 하드웨어는 계속 발전하는 만큼 속도는 쉽게 향상이 될 것으로 본다.
최신 GPU(AI용 연산칩)를 쓰면 속력이 갑절 이상 뛴다.
반대로 알고리즘의 정확성은 처음부터 잘 잡아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중에 스피드가 나아져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정확성을 우선으로 구현했고, 계속 편의성 관련해 개선할 계획이다.
-- 회사의 첫 AI 서비스인데 개발 뒤 내부적으로 변화가 있었나 ▲ 우리 조직의 AI 리터러시(문해력 또는 이해력)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 구축을 해야 한다고 봤고, 실제 그 판단이 옳았다.
현재는 AI 서비스가 ETF 질문에 답변만 하지만 다른 응용 방향으로도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파운데이션 모델(기초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관련해 내부적으로 계속 주시한다.
이렇게 팔로우업을 하니 AI의 발전 속도를 체감하게 된다.
제대로 안 따라가면 격차가 어느새 크게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AI를 어떻게 응용하는지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계기가 됐는데, 이는 매우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한다.
-- 후속 서비스의 방향은 ▲ 일단 대고객 서비스에 집중해 이를 대거 확대하고,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더 잘 알려주는 방안을 구현하려고 한다.
-- AI 대고객 서비스가 ROI(투자대비수익률)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나 ▲ 지금 AI는 ROI가 거의 안 나온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할 때 안 할 수 없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최신 기술을 가장 많이 빨리 도입하고, 그 과실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좋은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욕먹는 거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처음 한 발 내딛는 것이 제일 힘들다.
다음 한발, 한발은 더 수월해진다.
그러다 결국 목표에 다다를 것으로 본다.
-- 자산운용 업종에서 AI의 활용 전망은 ▲ 업무 자동화가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본다.
펀드 운용은 매니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미들 오피스와 백 오피스도 필요하고 손으로 하는 일이 매우 많다.
예컨대 법규 분야는 검색 대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시행령, 정책, 판례 등 일일이 클릭하고 뒤져봐야 한다.
이를 단박에 정리해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효율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상품 개발이나 심층 리서치에서도 쓸모가 정말 많다.
심층 리서치는 AI가 대량의 정보를 빨리 잘 정리해줘 그 초안 갖고 일을 하면 시간이 절반은 준다.
브레인스토밍은 AI가 하고 사람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관리)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 AI는 고도 수치계산을 통해 지능을 발현하는 구조 때문에 퀀트와 업무 연관성이 크다고 들었다.
▲ 2010년대부터 AI 연구를 많이 했다.
종전 퀀트 모델은 Y=aX+b 식의 선형 관계만 볼 수 있었는데,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등 머신러닝 기법이 보급되면서 비(非)선형적 요소도 다 반영할 수 있게 돼 매력이 컸다.
그런 모델 연구를 하다가 암호화폐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이들도 많았다.
-- LLM(거대언어모델·언어 기반의 생성 AI 기술) 등을 활용해 투자전략을 짜는 시도가 로보어드바이저 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 일단 그게 효과가 있으면 빨리 써야 한다.
2017년 '루트엔글로벌'이란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렸는데 당시 AI로 어닝콜(실적발표 전화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증권사 보고서의 숨겨진 뉘앙스를 감지하는 연구를 했다.
사람이 못 보는 미묘한 패턴을 기계가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는 참 긍정적이다.
단 이런 기법은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알파'(주도권 또는 프리미엄)가 없어진다.
다들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면 출발 선상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입의 속도가 중요하다.
-- 한편 AI를 투자에 많이 쓰면 통제가 불가능한 대폭락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AI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 그런 우려에 매우 동의한다.
실제 2008년 미국 금융권에서 일할 때 프로그래밍 기반의 '고빈도 트래이딩'(초단기 매매)이 유행하면서 폭락이 정말 많았다.
단 과거 이렇게 대폭락이 오면 해결책이 나오며 시장은 자체 회복을 했다.
퀀트 투자사들도 대거 망했던 때가 있었는데, 시장이 자정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런 폭락을 겪으면 이후 똑같은 문제를 되풀이하는 것 같진 않다.
AI도 예외는 아니다.
'AI가 시장을 위협할 정도라 못 쓴다' 식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 국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금융 AI)를 퇴직연금 운용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는 어떻게 평가하나 ▲ 괜찮은 길로 본다.
퇴직연금의 최대 관건은 투자를 시작하는 첫 단계다.
특히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에서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큰 만큼, 투자 입문의 벽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
원래 투자를 안 해본 사람이 '매수' 버튼을 누를 때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이런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간편히 해준다면, 그 난관을 넘길 계기가 될 것 같다.
-- 전례 없는 불확실성 시대다.
종전 기준점이 몽땅 무너지는 상황이라 예측이 정말 어렵다.
사람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금융의 요체가 예측인 만큼 고객의 불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 이런 특수한 상황은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에 속한다.
단, 시간 폭을 더 넓혀 데이터와 확률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길게 보자는 거다.
예컨대 경제 대공황 때도 폭락이 왔지만 회복됐고, 2013년 유로존 위기 때도 20%가 빠졌지만 결국 반등했다.
2018년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컸을 때도 그랬다.
또 지금 ETF는 약 50%가 연금 계좌에서 들어온다.
사실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하면 잘 통한다.
투자자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극도의 불확실성에 역사적 조망이 위안이 된다는 것인가) 그런 면이 있다.
-- AI는 내부 변화의 도구인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다.
AI 관련 투자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 AI는 계속 발전하는 영역이고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AI 하드웨어 분야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율주행 등 응용 분야도 많이 눈여겨본다.
-- 학부 전공이 전자공학이었는데 금융을 진로로 택하게 된 동기는 ▲ 전자공학에선 시그널(신호)에 대해 배운다.
그런데 이런 시그널이 벽에 부딪히고 하며 노이즈가 생긴다.
수신기(리시버)는 이렇게 노이즈가 낀 신호를 확률적 원리로 복원해 통신이 이뤄진다.
그런데 주가가 신호라고 할 때 여기는 노이즈가 너무 많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노이즈를 필터로 잘 걷어내면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금융수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갔다.
-- 노이즈를 잘 걷어낼 수 있었는가 ▲ 그 측면에선 생각이 짧았다.
(웃음).
단 새롭게 배운 건 있었다.
세상에는 돈을 벌 틈새가 많다.
꼭 있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나 시장 구조 등 여러 요인 때문에 틈새가 나타난다.
미국에서 트래이더로 일할 때 레버리지 ETF가 처음 나왔는데 이 ETF의 룰(법칙) 면에서 틈새를 포착해 돈을 벌 길이 있었다.
한 1년 뒤 사람들이 다 그 룰을 알게 되면서 알파가 사라졌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유명 퀀트 투자사)를 예로 든다면 미국 거래소가 7곳이라 이 사이에 발생하는 호가 차이를 빨리 파악해 주문을 내며 큰돈을 벌었다.
이들에게는 이게 틈새였다.
-- 틈새는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긴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현재는 AI와 사람 사이에서도 돈을 벌 어떤 틈새가 생길지 계속 본다.
2014년 딥러닝이 본격적으로 금융업계에 들어올 때 얘기다.
그때 한창 딥러닝 모델을 돌려 투자 대상을 발굴했는데 우린 AI에서 좋게 나온 종목을 반대로 포트폴리오에서 다 뺐다.
당시 유명 헤지펀드들이 다 딥러닝 모델을 썼던 만큼, 그런 종목은 누가 먼저 빼냐에 따라 가격이 폭락할 수 있었다.
그런 역발상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AI를 사내에서 어떻게 더 활성화할지 공부한다.
AI는 구성원의 능력을 두텁게 끌어올려 상향 평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런 도입을 어떻게 구현할지 책과 외국 사례 등을 보고 있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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