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짤그랑"…과연 뭐가 나올까
아이부터 어른까지 캡슐 장난감에 푹어린이용 '뽑기' → 상품 다양화하며 '가챠'로"한달 10만원 넘게 쓰기도"…"동심으로 돌아간 느낌"
김유진
입력 : 2025.05.05 07:00:02
입력 : 2025.05.05 07:00:02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뭐가 나올지 기대하며 핸들을 돌리는 재미와 캡슐의 뚜껑을 열어보기 전의 설렘.
'가챠'(캡슐 장난감) 전성시대다.
'가챠'는 캡슐 장난감 또는 캡슐 장난감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뜻하는 말이다.
가챠 기계에 동전을 넣고 핸들을 돌릴 때 나는 '짤그랑' 소리가 일본어로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인 데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뽑기'라 불리며 주로 어린이가 즐겼던 이 놀이가 최근에는 '가챠'라는 일본 이름 그대로 통용되며 남녀노소에 인기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수집하기 위해,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이와 함께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넘어 가챠를 함께 즐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가챠숍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가챠(캡슐 토이)를 즐기고 있다.2025.5.5.
지난달 28일 서울 홍대 중심가에 위치한 한 가챠숍.
평일 낮임에도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이곳저곳에서 "귀여워"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리오 캐릭터부터 포켓몬, 디즈니 시리즈, 디저트, 곤충 테마 등 약 100종의 가챠 기계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다.
1회 뽑기 가격은 4천~7천원.
원하는 상품이 나왔을 때는 기쁨의 환호가, 반대로 원치 않는 종류의 상품이 나왔을 땐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부 고객은 같은 기계를 반복해서 돌리며 '위시 아이템'(가장 갖고 싶은 상품)을 뽑기 위해 열중하기도 했다.
'뽑기'가 '가챠'로 불리면서 가챠 기계마다 카드 결제기가 부착된 것도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과거 500원짜리 동전 한두개로 즐기던 놀이의 몸값이 비싸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가챠숍에서 고객들이 가챠(캡슐 토이)를 구경하고 있다.2025.5.5
같은 날 방문한 홍대의 또 다른 가챠숍도 손님으로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이 매장에는 뽑기 기계가 없었다.
대신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포장된 가챠 캡슐들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손님들은 각 상자 앞에서 포장된 캡슐을 만져보며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김모(25) 씨는 "귀여운 피규어를 모으는 게 취미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챠숍에 온다"며 "한 달에 10만 원 넘게 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가챠숍에서 한 고객이 가챠(캡슐 토이)를 고르고 있다.2025.5.5
'가챠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이곳에는 1020세대뿐 아니라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가게를 둘러보는 3040세대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가챠를 즐기러 왔다는 이모(36) 씨는 "제가 어릴 적 즐기던 가챠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도 최근 가챠숍이 들어섰다.
인기 맛집과 편집숍 사이에 위치한 해당 매장은 주말 낮 시간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에서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가챠(캡슐 토이)를 구경하고 있다.2025.5.5
이러한 가챠의 인기 배경에는 무엇보다 '랜덤성'이 주는 재미가 있다.
어떤 게 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 목표를 얻었을 때의 짜릿함이 뽑기를 즐거운 놀이로 만든다.
직장인 최민아(26) 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퇴근 후에 가챠를 하러 온다"며 "원치 않는 상품이 나올 때도 있지만 내가 원하던 아이템이 한 번에 나왔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신상품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인기 캐릭터 브랜드인 산리오에서 매달 내놓는 신상 가챠에는 '캐릭캐릭체인지', '꼬마마법사 레미', '프리큐어'처럼 2000년대 유년기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템도 있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심지어 디저트, 동물, 소품, 생활용품이 캡슐 안에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실제 녹음·재생이 가능한 미니 CD플레이어 가챠가 등장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건전지를 넣으면 무드등처럼 불빛이 나는 '라이트 가챠'도 인기를 얻고 있다.
장난감 수준을 넘어서는 고품질과 기능성은 '가챠는 유치하다'는 인식을 깨고 취향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는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가챠 콘텐츠'가 인기다.
유튜브에서 '가챠깡'(가챠를 까다는 뜻의 은어) 혹은 '가챠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개봉 영상과 숏폼 콘텐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여러 가챠숍을 다니며 하루에 수십 개의 가챠를 뽑아 리뷰해보는 영상들이 인기몰이하며 '가챠 유튜버'라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자까지 등장했다.
개그맨 박명수는 지난 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 가챠 체험기를 담은 영상 '가챠 100개 뽑으라고? 나 지금 가챠가 뭔지도 모르는데'를 올렸는데, 현재 조회수가 110만을 넘어섰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국제전자센터에서 한 부부가 유모차에 탄 아이와 함께 가챠(캡슐 토이)를 구경하고 있다.2025.5.5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5일 "과거에는 30~40대가 되면 자신을 어른이라 여기며 놀이와 같은 활동에서 자연스레 멀어지곤 했지만 최근에는 '키덜트' 문화의 확산과 함께 어릴 적 즐기던 취미나 놀이를 이어가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어른들도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사회적 시선과 규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챠와 같은 취미 생활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에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가챠 문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정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ugen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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