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근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의 최고경영자(CEO)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대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선택한 이유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에너지 밀도를 꼽았다.
미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의 신차 [슬레이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5일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크리스 바먼 슬레이트 CEO는 최근 인사이드EV와의 인터뷰에서 SK온과 NCM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바먼 CEO는 "(슬레이트의) 전기 픽업트럭이 7천500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LFP와 NCM 배터리의 공급망이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LFP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채용해 원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재 중국이 전 세계 LFP 배터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배터리의 핵심 소재와 부품이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먼 CEO는 "LFP의 주요 소재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IRA) 요건 충족이 어렵다"며 "현재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주류 케미스트리(양극·음극 소재)는 NCM"이라고 말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단독 공장을 운영 중이며, 포드·현대차와의 합작 공장도 설립 중이어서 북미 내 생산·공급이 가능하다.
슬레이트가 출시 예정인 2도어 전기 픽업트럭 [슬레이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에너지 밀도도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혔다.
LFP 배터리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충전 성능이 뛰어나지만,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NCM 배터리가 일반적으로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슬레이트가 개발 중인 전기 픽업 차량은 주행거리 150마일(약 240㎞)의 기본형과 240마일(약 386㎞)의 롱레인지 모델로 나뉜다.
슬레이트에 따르면 배터리 케미스트리는 240마일 모델을 기준으로 결정됐다.
에릭 카이퍼 슬레이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본형은 리튬인산철(LFP) 셀로도 가능했지만 더 긴 주행거리를 실현하기에는 에너지 밀도가 문제가 됐다"며 "차체 하부에 들어갈 수 있는 (배터리) 셀 수가 제한된 만큼 NCM이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SK온,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 (서울=연합뉴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크리스 바먼 슬레이트 최고경영책임자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슬레이트 신차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2025.4.25 [SK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슬레이트는 최근 SK온과 약 4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SK온은 2026년부터 6년간 총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다.
양사는 추후 차량 생산에 따라 배터리 공급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에 대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NCM 배터리의 전략적 위상이 재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는 가격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이나 장거리 주행에서는 아직까지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미국산 NCM 배터리가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성능과 정책 요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필수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