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천만원 낼 판국입니다”...자영업자 분노하게 한 ‘장애인용 키오스크 의무화’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5.05.05 18:36:32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 모씨는 내년부터 매장의 키오스크를 ‘배리어프리’ 기기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에 위치한 식당이라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최소 300만원의 추가 비용을 주고 기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러지 않아도 매출이 크게 줄어 심란한데 목돈을 더 들이라니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1월 장애인용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장애인 지원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무시한 탁상공론 정책이란 점에서 되레 장애인들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서로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면 시행을 앞두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제때 교체하지 못한 영업자들은 자칫 범법자로 전락할 판이다.



5일 정부와 소상공인단체,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내년 1월 28일부터 기존에 일반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도 바닥 면적이 50㎡ 이상이면 장애인용 키오스크로 불리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로 모두 바꿔야 한다.

장애인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얻어맞을 수 있다. 소상공인이 그만한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사실상 문을 닫으란 얘기와 같다.

당장 인증을 받은 장애인용 키오스크만 설치가 가능한데, 인증 업체 자체가 현재 4곳에 불과하다. 수백만 자영업자의 기기 수요를 내년까지 맞출 수조차 없다.

게다가 바닥 면적이 50㎡ 미만인 소규모 상점은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경우 보조인력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덜고자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건데 오히려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도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 규제로 시민 불편을 낳고 약사들과 시민들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2012년 11월 도입돼 시행 13년이 됐지만 여전히 판매할 수 있는 약의 종류는 13개에 불과하고, 판매는 24시간 편의점만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키오스크 규제나 상비약 규제 모두 관련 이해관계가 첨예해 누구도 나서서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며 “규제가 국민 불편을 야기하는 건 물론이고 사회 갈등까지 유발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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