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달러패권 맞서…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서둘러야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입력 : 2025.05.06 17:16:51 I 수정 : 2025.05.06 19:08:52
스테이블코인 공습 下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예치이자 최고 6.5% 달해
가상자산 기축통화 역할 톡톡
미 국채 수요 늘려 일석이조
디지털 통화주권 위협받는 韓
4월 한달간 8조원 빠져나가
규제 일변도 탈피해 대책 시급






스테이블코인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국내에선 지속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가상자산(코인)시장 내부 문제를 넘어 원화 경제권과 금융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전통 은행과 비교해 국제 송금 속도가 훨씬 빠르고 직원 인건비, 지점 운영비 등이 없어 예치 이자도 높아 향후 자본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6일 미국 기반 가상자산거래소인 크라켄이 공시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예치 상품은 연 이율이 5.5%에 달한다. 크라켄에 테더를 입금해 관련 서비스에 송금만 하면 된다. 언제든 예치기간만큼의 이자와 함께 테더를 되찾을 수 있다.

또 다른 미국 기반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USDC 예치 이자가 연 4.1%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은행 평균 이율인 2.2%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현재 테더 예치 이자가 6.51%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율이 매력적인 것은 무위험 수익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송금 과정에서 가치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금자보호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거래소가 파산할 위험이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사실상 법정 화폐를 은행에 넣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기본 예금 연 이자율이 2.1~4.05%인 것을 감안하면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화 투자 역할도 할 수 있어 훨씬 매력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기 위한 기축통화다.

자연스럽게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코인 거래쌍으로 활용되거나 자산 이동에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고객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대신 이 같은 예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문제는 가상자산시장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도 테더와 USDC를 구매해 해외 거래소에 예치하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8조원에 가깝다.

6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55억721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200억5490만달러)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지난해 4월(32억4364만달러)과 비교하면 71% 증가한 수치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어 투자용으로는 거래되지 않는다.

자산을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요가 대부분이다.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도 꾸준히 가상자산을 통한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테더나 서클의 USDC 등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자본 유출을 심화시키며 국내 금융 시스템과 원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OR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돼 추후 가상자산과 실물 경제의 경계가 흐려지는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 약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 스마트 콘트랙트와 연동된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 온라인 결제 솔루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이 같은 결제 솔루션이 보편화되면 원화 자산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OR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나 결제, 자산관리 등에 테더 등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연동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한국 디지털 자산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1조5000억달러(약 2148조원)를 기록하며 비자의 1조4000억달러(약 2005조원)를 앞질렀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본 유출의 대안은 스테이블코인에 외환관리법 적용 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등이 있다"면서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는 방향이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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