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쉬운 상대' 英과 첫 무역합의…타국에 신속합의 압박 전략?
관세 비판여론·불황 우려 속 '설익은' 합의를 성과로 대대적 홍보협상 통한 관세인하 가능성 보여줬지만 '10% 기본관세는 불변' 확인
김동현
입력 : 2025.05.09 03:58:30
입력 : 2025.05.09 03:58:30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2025.5.8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국가별 상호관세를 유예한 지 약 한 달 만에 영국과 가장 먼저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 등 다른 교역국이 참고할 일종의 협상 타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선 상대하기 쉬운 대상으로 평가되는 영국과의 합의를 계기로 다른 나라에도 조속한 합의를 종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미·영 무역 합의의 골자는 영국이 소고기, 에탄올,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촉진하는 대신 미국은 영국산 제품에 대한 일부 관세를 낮춘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미국이 문제 삼은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기업에 50억달러의 신규 수출 시장이 열린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지난달 3일 발효한 25%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대까지는 10%만 부과하고, 1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만 25%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산 자동차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설정한 것이다.
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대신 '무역동맹'(trade union)이라는 대안적인 방식을 협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관세 철폐를 의미한다고 영국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영국에 부과한 기본관세 10%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그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신속한 협상을 주저해온 다른 나라들에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도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일정 수준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이 합의는 미국이 다른 아시아 파트너들과 진행 중인 협상에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다른 파트너들도 품목별 관세 체제에서 더 호의적인 대우를 주장하는 데 자신을 갖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미국이 모든 국가에 영국에 준하는 조건을 제시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역대급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과 달리 영국과의 상품 교역에서는 2024년에 119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양국은 지난 2020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무역협정 체결을 논의해왔기에 이번 협상이 상대적으로 순조로웠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미국은 영국에 역사·문화적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강조했듯이 영국은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동맹"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 기본관세만 유지하는 이번 합의가 향후 무역 합의의 표본(template)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건 낮은 숫자(관세율)다.
영국은 좋은 협상을 했다.
많은 어떤 나라들은 더 높을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대미) 무역흑자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10% 기본관세는 "고정됐다"(that's set)라고도 말해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관세를 10% 미만으로 낮출 수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10%로 낮춘 게 "좀처럼 하지 않을 일"이라고 설명하고서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롤스로이스를 위해 관세를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영국과 매우 특수 관계를 유지해왔다.
예를 들어 난 누군가가 롤스로이스에 버금가는 다른 종류의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자동차에 대한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합의에서 양국은 큰 틀에 합의했을 뿐이며 세부 내용은 앞으로 최소 수주간 협상을 거쳐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개략적인 내용을 "훌륭한 거래"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데에는 관세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국내 정치, 경제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미국이 부자가 될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미국인이 은퇴 자금을 넣어둔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가능하게 했던 국채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관세 반대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따르는 '진통'을 인내할 것을 주문하며 미국 경제를 '위대하게 할'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미국이 앞으로 몇 개 국가와 무역 합의를 한 뒤에는 나머지 국가와 협상을 계속하지 않고 "그냥 X 국가는 이만큼을 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겠다고 경고하며 신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또 그는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에서 쇼핑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소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소비자를 갖고 있으며, 알다시피 이 나라(경제)가 망가지면 전 세계가 망가진다"고 말해 미국이 협상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bluekey@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대체거래소(NXT) 애프터마켓 상승률 상위종목
-
2
당일 1분기 실적 발표 예정 주요 기업(05.09 발표 예정)
-
3
“애플하고 갈라서면 큰일 나는데”...구글, 검색광고 ‘황제’ 자리 흔들린다
-
4
“BGF리테일, 최악의 소비환경 지나도 반등 요인 부족”…목표가↓
-
5
NAVER, 25년1분기 연결 영업이익 5,053억원, 컨센서스 추정치 하회
-
6
전일 1분기 실적 발표 주요 기업(2025.05.08 발표)
-
7
[속보] 3월 경상수지 91.4억달러…23개월 연속 흑자
-
8
주요 기업 영업이익 예상치 및 실적 발표 일정 (2025년 1분기, 2025.05.09 기준, 연결)
-
9
NAVER, 25년1분기 별도 영업이익 4,833억원
-
10
개장전★주요이슈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