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 "美와 무역협상 신중해야…정부·기업 공조 필요"

최종현학술원·한국외교협회 '트럼프 2.0 통상정책' 포럼7월 상호관세 유예 종료…"긴 호흡으로 韓 중요성 강조해야"
강태우

입력 : 2025.05.09 18:02:47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오는 7월 미국발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국내 통상전문가들이 "미국의 속도전에 말려 들어가기보다는 긴 호흡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현학술원과 한국외교협회 공동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빌딩에서 개최된 '트럼프 2.0 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 회귀가 아니라 국제통상 질서 자체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2.0 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 포럼
(서울=연합뉴스) 9일 최종현학술원이 한국외교협회와 함께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개최한 '트럼프 2.0 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 포럼 현장.2025.5.9 [최종현학술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포럼은 통상 전문가들이 모여 트럼프 2기 상호관세 내용을 분석하고, 국가별 협상 상황과 한국 정부 및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미국 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는 그 규모와 파급력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조치"라며 "우리의 현재 정치·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유사한 통상 환경에 처한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부과 중인 10%의 기본관세는 유지하는 한편, 국가별로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는 7월8일까지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당시 우리나라는 25%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책정됐다.

미국은 상호관세의 본격적인 시행 전 주요국들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은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 협상 타결을 이뤘다.

기존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의 경우 영국산에는 연간 10만대까지 10%로 낮추고,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면제한다는 게 골자다.

반대로 영국은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보잉 항공기도 구매키로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주고받기식 '거래'를 통해 미국이 새로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관세를 어느 정도까지는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주말 스위스에서 중국과 무역 협상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7월8일까지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패키지 딜'(일괄합의안)을 준비하되,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정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쟁점은 남겨둔 채 중국, 일본 등 인접국의 협상 동향도 주시할 계획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이태호 전 차관은 "관세 협상의 본질은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 및 환율,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및 기술협력 방향 등 향후 최소 4년간 한·미 경제 관계의 구조적 틀을 짜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지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 통상정책에 대해 발표하는 김동조 현대자동차 글로벌정책전략실 상무
[촬영 강태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우리 기업의 현실적 대응 방안과 향후 전략도 논의됐다.

미국은 철강, 자동차 외에도 반도체, 의약품 등 다른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들이 타격권에 들어와 있다.

외교부 FTA 협상총괄과 사무관과 북미유럽경제외교과장 등을 지낸 양서진 SK하이닉스 글로벌성장추진 부사장은 "인공지능(AI) 붐이 새로운 경쟁 구도와 기술 발전을 만드는 시점에서 (관세와 같은) 외부 정책은 반도체 산업에 비대칭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또 아직 반도체 관세는 0이지만 이번 영국의 무역 협상 타결이 지역별로 품목별 관세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방위적인 채널을 통해 정책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기업의 개별적 또는 건별 대응보다는 정부 및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실제 시장 내 움직임에 유의하며 공급망 관리 전략도 지속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외신대변인, 외교부 정책총괄담당관 출신의 김동조 현대자동차 글로벌정책전략실 상무는 "기업이 수시로 변화하는 미국 관세정책에 하나하나 대응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생산 효율화, 비용 절감 등 기본기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urni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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