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무역합의, 中겨냥 '경제안보협력' 강조…한국에도 요구하나

제3국의 非시장 정책 대응 위한 수출통제 협력·불법 환적 차단 명시합의에 법적 구속력 없고 추가 협상 필요…관세 인하 이행 시점도 불투명
김동현

입력 : 2025.05.10 01:41:53


영국과 무역 합의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영국과 타결한 무역 합의에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이 향후 한국 등 다른 교역국과 협상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합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세계를 상대로 시작한 '관세전쟁' 국면에서 나온 첫 합의물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각국과 진행할 후속 협상의 기준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영 경제번영합의'(EPD: Economic Prosperity Deal) 일반 조건 문서를 보면 양국 간 합의는 관세, 비관세 장벽, 디지털 교역, 경제안보 협력 강화, 상업적 고려와 기회, 기타 현안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경제안보와 관련해 양국은 "제3국들의 비(非)시장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를 포함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는데 합의했다.

문건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시장 원칙에 반하는 정책'은 미국이 늘 중국을 향해 제기해온 문제다.

미국과 영국은 또 "투자안보 조치, 수출통제, 정보통신기술(ICT) 판매자 안보의 효과적인 사용"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등 적대적인 국가가 미국 및 영국 기업 인수나 첨단제품 수입을 통해 '위험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막고, 화웨이 같은 중국 ICT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양국은 양국 시장에서 관세를 내야 하는 제3국가 제품의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이 또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고 영국을 통해 수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추정된다.



영국의 브리티시 스틸 제철소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 조건 문건에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더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철강의 경우 미국은 영국산 철강과 철강 파생 제품에 최혜국대우(MNF) 관세를 적용하는 쿼터(할당)를 설정하기로 했다.

전날 영국 정부는 미국이 철강에 부과한 25%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전체 수출 물량이 아닌 한정된 물량에 대해서만 없애기로 한 것이다.

쿼터 물량과 도입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영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의 공급망과 관련 생산 시설의 소유 구조와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조건을 충족한다는 조건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는 철강 공급망과 생산시설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중국 징예그룹의 영국 철강회사 브리티시 스틸 소유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징예그룹은 경영난을 겪어온 브리티시 스틸을 2020년 인수했지만,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제철소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영국 내 마지막 제철 용광로 폐쇄를 막기 위해 긴급 운영 통제권을 행사해 제철소를 계속 가동하고 있지만 브리티시 스틸은 여전히 징예그룹 소유로 남아 있으며 영국 정부가 국유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은 앞으로 의약품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영국에 "크게 우대하는 결과"를 약속했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낮은 관세율 등 더 유리한 수출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앞으로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영국 나름대로 미래 관세에 대해 안전 장치를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 안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미국이 얼마나 영국을 우대해줄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일반 조건 문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이 합의한 내용이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일반 조건에 담긴 내용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그 내용을 발전시키고 공식화하기 위해 즉각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약속한 관세 인하도 "합당한 기간의 협상"을 거친 뒤에야 이뤄지게끔 돼 있다.

blueke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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