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년간 관세 납부 면제 불확실한 관세에 일단 피신 자동차 부품업체들 타격 커 2차·3차 벤더사 부담 가중 제품 선적 아예 미룬 업체도
◆ 관세전쟁 ◆
미국의 한 보세창고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항만 근처에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보세창고' 보관 비용이 급등하면서 '불똥'이 국내 중소기업에 물류비 부담으로 튀고 있다.
12일 국내 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현지 보세창고 보관 비용은 일반 창고 대비 60%까지 올랐다. 보세창고란 미국에 이미 수입된 상품에 대해 최대 5년까지 관세 납부를 면제받을 수 있는 보관 공간이다. 비용은 통상 관세율에 물품 가격, 중량을 곱해 책정된다. 세율이 오른 데다 현재 국가별 관세협상 상황을 지켜보려고 물품을 보관해놓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 한 포워딩사(화물 운송을 대행하는 업체) 관계자는 "미국 보세창고 보관 비용이 관세 적용 전후로 15%가량 올랐다"며 "높아진 관세를 인수자가 부담할지 수출업자가 낼지 아직 정하지 않았고 국가별 협상 상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 보세창고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른 보관 비용은 지금까진 물류업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이는 순차적으로 화물을 소유한 수출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은 사실상 현지 법인을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일부 비용 부담이 완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러지 않는 중소기업은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 25%가 부과된 이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갑자기 오른 보세창고 비용을 부담할 위기에 놓였다"면서 "보통 1차 벤더사는 규모도 크고 이윤도 높아 버틸 수 있지만 2·3차 벤더사에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보세창고 비용마저 부담스러운 수입상들은 수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전자기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A사는 주문이 나간 제품 선적이 무기한 보류돼 사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됐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부과될 것인지, 관세율은 몇 %인지가 확정돼야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각각 어느 정도 분담할지 정할 수 있다. A사 제품은 관세율이 확정된 이후에 출고될 예정이다.
열교환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B사도 주요 고객사에서 발주와 견적 요청이 끊겼다. 관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야 수출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B사는 전망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자동차, 철강 등의 상호관세 같은 경우는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서로 어느 정도를 부담할지를 놓고 논의가 지지부진해 수출을 일단 멈춘 곳이 많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에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미국 물류거점에 센터를 설치하고 중소·중견기업에는 시중가 대비 10~15%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우선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5개인 물류센터를 2030년까지 11개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물류 바우처를 지급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