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에서 비트코인이 황제라면 이더리움은 왕세자다. 시가총액이 비트코인에 이어 2위인 데다 스마트 콘트랙트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각종 기술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을 받기 때문이다. 한때 미래의 성장 잠재력은 비트코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더리움의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일주일 만에 이더리움 값이 40% 이상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최근 급등이 기술적인 부분이나 자금 수급 측면에서 이유 있는 상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보다 5배 더 올랐다
5월 들어 미·중 관세협상 등으로 코인시장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이더리움이 타 코인 대비 유독 높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코인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14일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전주 대비 46.7% 올라 374만400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이 8%, XRP와 솔라나가 약 20% 상승한 것에 비해 2~5배 높다. 이더리움이 급등한 주된 이유로는 먼저 기술적인 측면이 꼽힌다. 지난 7일 이더리움의 펙트라 업그레이드가 완료됐다. 펙트라는 비트코인과 동일한 작업증명(PoW) 기반 채굴에서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합의 알고리즘을 변경하면서 이더리움 2.0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대대적인 변화다.
PoS 방식으로 구현된 스테이킹의 한도를 기존 32ETH에서 64배 늘어난 2048ETH로 확장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나 대형 자본의 참여 기회를 확장해 이더리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네트워크 운영에 필수적인 검증자의 운영 효율 개선, 탈중앙화 금융 등의 개발에 필수인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 확장, 이더리움에 기반한 다른 블록체인 메인넷인 레이어2의 확장성 강화 등이 주요 변화로 꼽힌다.
특히 펙트라 업그레이드가 시행 당일 아무런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완료되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이더리움의 대형 업그레이드는 네트워크 중단 등 여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준비 미비로 애초 예정된 업그레이드에서 몇몇 항목이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업그레이드는 시작부터 완료까지 예정된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이더리움 2.0의 안정성이 궤도에 올랐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솔라나, 수이 대비 기술적 우월성 확인
또 펙트라 업그레이드가 솔라나, 수이 등 경쟁자에 비해 이더리움의 기술적 우월성이 높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면서 기관투자자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인 메사리의 노아 데이비스 리서치 총괄은 "펙트라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스테이킹 한도 확대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불고 있는 실물자산토큰화(RWA) 추세에서도 이더리움의 기술적 우월성이 실제 사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자사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이더리움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 블랙록의 첫 토큰화 펀드인 비들(BUIDL)도 이더리움에서 가장 먼저 발행된 바 있다.
이더리움 수요가 늘어나면서 향후 가격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이더리움 옵션 시장에서는 올해 말 이더리움 가격을 1만달러로 예상하는 콜옵션 거래량이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술적 우월성에 기반한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새 탈중앙화 서비스 나와야 체질 개선
최근 코인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더리움이 저가 매력으로 단기 급등한 것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트코인이 올 1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3년간 최대 7배나 올랐을 때 이더리움은 오히려 답보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급등했지만 이더리움 값은 사상 최고가 대비 65% 수준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과 비교한 이더리움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비트코인에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중됐다. 지난해 1월 현물 ETF를 내놓은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세 배 가까이 올랐지만 이더리움은 7월 출시 이후 예상과 달리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중 코인 분야에 비트코인만을 편성해서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속성에 우선 투자하고 이더리움의 탈중앙화 금융 성장에는 관망세를 보인 결과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RWA 등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금융 혁신 추세가 본격화되면서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잠재적 불안 요소였던 기술적 우월성과 네트워크 안정성이 펙트라 업그레이드를 계기로 부각되면서 투자 매력도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비트코인 등 전체 코인시장이 과열되면서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매도는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코인 시장의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알 수 있는 ETF 수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이더리움 현물 ETF의 입출은 지난달보다 오히려 줄었다.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아직까지 매수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의미 있게 늘지 않는다면 차익 확보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로 단기 조정이 나올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장기적으로 이더리움에 기반한 새로운 탈중앙화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얻어야 3년 약세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이 고점을 기록했던 2021년은 탈중앙화 금융과 함께 대체불가토큰(NFT) 등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한 다양한 탈중앙화 앱들이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다.
최근 밈 코인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주요 수혜는 솔라나가 보고 있을 뿐 이더리움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금융 혁신, 웹3 등 새로운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어야 이더리움의 저평가 기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