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 1년 맞는 우주항공청…소멸위기 서부경남 되살릴까
작년 5월 27일 사천에 개청…기업유치 등 가시적 성과는 '아직''툴루즈' 모델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등 입법으로 성장 기대
이정훈
입력 : 2025.05.18 09:35:00
입력 : 2025.05.18 09:35:00

[우주항공청 홈페이지 캡처]
(창원·사천=연합뉴스) 이정훈 박정헌 기자 =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곧 개청 1주년을 맞는다.
18일 경남도와 사천시 등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5월 27일 사천시 사남면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아론비행선박산업 건물을 임대해 임시청사로 쓰는 우주항공청은 지난 2월 사천시 용현면 경남우주항공국가산단(사천지구)을 신청사 입지로 확정했다.
이어 2030년까지 신축 청사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경남과 사천이 '세계 5대 우주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개청 1주년을 앞두고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개최 장소 번복, 우주항공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지역 간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연구개발본부 타지역 신설 움직임 등 갈등이 우주항공청 위상을 흔들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우주항공청 소재지 아닌 과천에서 첫 기념식 열릴 뻔 최근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하는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장소로 정부 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가 거론되다가 경남도민·사천시민, 지역 정치권 반발로 뒤늦게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사천시로 번복됐다.
우주항공청은 지역민 발발이 이어지자 '원점 검토' 방침을 밝히는 등 물러서더니, 결국 기념식 개최를 보름여 앞두고 오는 27일 사천시 청사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시 국회의원은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를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에 신설한다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우주항공청 연구역량을 분산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천시민참여연대 등 지역단체들은 "이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이기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개청 가시적 효과 '아직'…장기적 지역발전 원동력 기대 경남도는 산업적 측면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우주항공청 역할을 기대한다.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 기업, 연구소, 인재를 모이게 해 경남 동부권보다 지역소멸 위기가 더 높게 체감되는 서부권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우주항공청 유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우주항공청이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달 착륙 사업 등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착착 추진하고 있지만, 우주항공청을 디딤돌로 대규모 기업·교육연구기관 유치,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등 지역발전을 앞당길 대형 프로젝트는 아직 청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경남도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주항공청이 경남 발전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주항공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인 권진회 총장은 "인구가 많이 줄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서부경남을 지탱하는 유일한 산업이 우주항공이다.
우주항공청을 유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며 "다만, 개청한 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아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정도의 시간은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권 총장은 "10년 정도는 기다려야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주항공청 유치로 서부경남이 우주항공 중심지로 발돋움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정부가 줬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기업 입주가 늘어나는 등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경남도 투자유치과장은 "BTS(방탄소년단)가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주항공청이 경남에 있다는 것 자체가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유치를 위해 접촉한 모든 기업이 경남에 우주항공청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더라"며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투자 관점에서 경남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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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항공 기업유치 지원 입법 '착착'…세제 지원도 요청 지난 4월 23일부터 효력이 생긴 우주개발 진흥법과 시행령은 우주항공기업 등 유치를 가속화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법과 시행령은 우주항공청장이 우주산업 클러스트(경남 등), 항공우주산업 특화단지(사천시) 내 지역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시도교육감이 투자진흥지구에 자율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도는 투자진흥지구가 실질적 효과가 있으려면 세제지원까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우주항공 창업기업 공장 유치, 과학기술원 부설 우주항공 과학영재학교 설립, 우주항공부품소재진흥원 설립 타당성 용역, 우주항공제조혁신 디지털 모듈공장 구축, 우주탐사기술 시험·개발 전문센터 설립 등 15개 신규사업과 우주환경시험설비 구축 등 7개 계속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정부에 요청했다.
유명현 경남도 산업국장은 "우주항공청이 있어 경남이 우주·항공·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나갈 발판을 마련했다"며 "창원시 등 동부 경남권 중심으로 발전한 경남 제조업이 진주시·사천시·하동군 등 서부 경남권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천시, 세계적 우주항공도시 '툴루즈' 모델로 성장 도모 인구 11만명 수준인 사천시는 세계적인 우주항공도시 프랑스 '툴루즈'를 모델로 삼는다.
툴루즈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 산하 우주센터,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 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는 에어버스 등이 모여 있어 기업활동·연구개발·인력양성이 모두 가능한 산학연 모델이 잘 작동하는 우주항공도시다.
사천시 관계자는 "우리가 주목하는 툴루즈도 인구가 15만명에서 50만명 이상으로 성장하는데 30년 이상 걸렸다"며 "우주항공청 신청사 완공, 앵커기업(선도기업) 유치, 우주항공복합도시 개발로 산학연이 집중되기 시작하면 사천시 성장이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툴루즈 우주과학기술관 홈페이지 캡처]
경남도는 우주항공청이 개청한 사천시를 중심으로 우주항공 분야 연구기관·기업, 교육기관이 입주하고, 쾌적한 정주 여건에 자족 기능까지 갖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조성하려 한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에 필요한 정부 지원, 각종 특례 규정을 담은 우주항공복합도시특별법이 새 정부 출범 후 조속히 입법화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사천시 관계자는 "5대 우주강국에 진입하려면 국가적 힘을 모아야 하는데 아직 경남이나 사천 등 지역적 문제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며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이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구글지도 캡처]
seam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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