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등 8곳 수요예측 1분기 실적발표 후 쏟아져 '홈플 사태' 맞은 BBB급도 신용전망 상향 한진 출사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회사채 발행 시장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일부 BBB급 회사채가 약 한 달 만에 공모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간 주춤했던 신종자본증권도 발행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에는 회사채 수요예측이 연일 이어지며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수요예측이 하루 평균 2~3건 진행될 정도로 시장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이날 대한항공(신용등급 A)과 메리츠금융지주(AA)가 각각 2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0일에는 GS파워(AA), KB증권(AA+), 한진(BBB+), 21일에는 해태제과(A), SBS(AA) 등이 줄줄이 시장에 나온다.
지난 4월 말 이후 회사채 발행이 뜸했던 것은 1분기 실적 발표를 고려해 자금조달 일정을 조정한 영향이다. 이달 초 긴 연휴로 투자자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았던 탓도 있다.
한진은 정기적으로 공모채를 발행해왔지만 이번 등장은 주목할 만하다. BBB+급 회사채가 공모 시장에 나온 것은 지난달 말 한진칼 이후 약 한 달 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칼은 최근 A- 등급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으며 당시에도 시장에선 사실상 A급으로 인식됐다. 한진칼 이전 마지막 BBB급 공모채는 지난 3월 SLL중앙이었는데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올 3월 초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BBB급 발행이 뚜렷하게 위축됐지만 한진의 등장은 그 여파가 일부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한진은 최근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된 만큼 무난하게 투자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CJ CGV(BBB+)는 이달 중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 초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승인 거절로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이후 처음 등장하는 공모 신종자본증권이다.
지정학적·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시장의 기본 기조는 여전히 '선별적 투자'에 가깝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전체 회사채 중 BBB급 비중은 2015년 4.9%에서 올해 5월 기준 1.4%로 줄었고, A-급도 같은 기간 6.6%에서 1.4%로 감소했다.
저신용채에 대한 기피와 우량채 위주의 자금 쏠림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회사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여력이 점차 소진되는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가 더욱 진행될 것"이라며 "재무 여력이 양호한 업종에 대한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레디트 시장 유동성은 탄탄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이미 120조원에 달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단기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