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제대로 레벨업하려면 '3박자' 필요"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5.22 17:50:03 I 수정 : 2025.05.22 19:28:25
박정임 케이프리덤운용 대표 인터뷰
밸류업 정책으로 배당 확대
퇴직연금 장기투자 문화 정착
상속세 인하로 기업 활동 숨통






"미국은 혁신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S&P500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코스피 기업들에 비슷한 '수익 창출 능력(Earnings power)'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정임 케이프리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 비율이 높은 코스피가 장기 성장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보다 근로 시간이 훨씬 긴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인사 구조 변화를 통해 인재 육성에 성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산업 구조 개편을 통한 코스피 상승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신 금융시장의 변화와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른 시일 내에 코스피가 5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코스피 '멀티플 익스팬션(실적 대비 주가 상승)'의 재료로 3가지를 제시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퇴직연금 시장의 확대, 상속세제의 개편이다.

우선 박 대표는 일본이 엔비디아 같은 혁신 기업 없이도 '밸류업 정책'을 펼쳐 증시를 끌어올렸던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은 2023년 밸류업 정책을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1989년 거품경제 시절의 기록을 깨고 34년 만의 닛케이225 전고점을 돌파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밸류업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현금을 쌓아둔 기업들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해 배당 환원을 부추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속세율을 인하해 기업 대표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2009년 상속세를 기존 50%에서 10%로 낮췄고, 대만 자취엔지수는 이후 16년 동안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TSMC 같은 우량 기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401K 연금제도가 S&P500 장기 발전의 토대가 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퇴직연금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 대부분의 퇴직연금 상품들이 연 2% 수준의 원금 보장형 상품에 치중된 것이 안타깝다"며 최근 자조감이 깊은 코스피에 투자한다 하더라도 "10년 이상 투자한다면 배당금을 포함해 연 5~6% 수준의 평균 수익률(CAGR)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복리의 마법을 달성하려면 10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급하게 번 돈은 급하게 잃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23년 케이프리덤운용을 세운 박 대표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이단아를 자처하고 있다.

고객·임직원·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기업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자사 상품에 대한 성과보수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그는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투자) 파이를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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