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올랐는데 계좌잔고는 왜 이래”…‘H’ 붙은 상품만 웃는다는데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5.22 19:46:01 I 수정 : 2025.05.22 19:50:28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이 1380.7원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
달러화가치가 1380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국내에 상장된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들이 3% 넘는 환차손을 입게 됐다. 반면 환헤지형 ETF는 환율 손실을 방어해 기초지수와의 수익률 격차를 1%포인트 내외로 좁혔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P500지수는 한 달 전 기록했던 5158.2에서 이날 5844.61로 13.31% 상승했다.

S&P500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500개 대형주를 편입한 대표적인 주가지표다.

국내에서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 ‘KODEX 미국S&P500’은 같은 기간 상승률이 9.7%에 그쳤다.

반면 이 상품의 환헤지 버전인 ‘KODEX 미국S&P500(H)’은 이 기간 12.58% 오르며 지수 상승률을 0.8%포인트 내로 따라잡았다.

다른 대표지수 ETF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100개 기술주를 편입한 나스닥100지수는 한 달 새 18.37% 상승했다.

국내에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4.49% 오르는 데 그쳤다. 환헤지 방식을 적용한 ‘TIGER 미국나스닥100(H)’은 같은 기간 17.68% 올랐다.

미국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비슷하다. ICE 반도체지수는 한 달 새 26.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RISE 미국반도체NYSE’는 23.09% 올랐고, ‘RISE 미국반도체NYSE(H)’는 25.54% 상승했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주식 ETF에서 기본형과 환헤지형 수익률이 이같이 벌어진 이유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원화값 상승은 달러화 환노출 투자자의 손해를 의미한다.

지난달 22일 1432원 수준이던 달러화당 원화값은 이날 1380원에 이르렀다. 달러화가치가 3.62% 하락한 것이다.

이날 오전 9시께엔 원화값이 1373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화값은 달러인덱스가 99선에서 머무르며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미 협상에서 원화 절상 요구가 나왔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6개월 새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헤지형 ETF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대부분 방어할 수 있었다.

헤지형 ETF는 ‘선물환 매도’를 통해 원화값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쓴다.

선물환 매도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외화를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팔기로 약정한 외환거래다.

선물환 매도를 하면 달러화가치가 떨어져도 기존에 정한 환율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헤지 ETF에 추가 비용이 있는 만큼, 매매에 나서기 전 자신의 투자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헤지형 ETF 투자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투자 기간”이라며 “1년을 넘는 중장기 투자는 환헤지 비용 부담이 누적되므로 상품을 6개월 이내로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날처럼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1.75%포인트 낮은 경우엔 환헤지 ETF의 추가비용이 연간 1~2% 발생한다.

외환거래를 하는 국가들 사이의 금리 차이가 있을 경우 선물환거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도 환율 리스크 방어를 원하는 사람 중 10개월 이내의 단기 투자자에게 환헤지 ETF를 추천했다.

한편, 이날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환헤지형 ETF는 64개에 이른다. S&P500과 닛케이225 같은 글로벌 대표지수부터 해외 국채, 원자재 선물 등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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