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타자"… 가계대출 이달 벌써 4조 '쑥'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입력 : 2025.06.22 17:18:28
5대은행 대출 전방위 급증
하루 증가폭 10개월래 최대
다음달 3단계 DSR 앞두고
주담대·신용대출 모두 늘어
23일 한은총재·은행장 회동








다음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한도가 나올 때 대출을 받으려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다는 뜻)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서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DSR 적용에서 배제된 예금담보대출 등까지 전방위로 튀는 모습이다.

2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조원 늘어난 752조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3328억원이 늘어난 것인데, 이는 작년 8월 영업일당 평균 4584억원이 늘어난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작년 8월은 7월로 예정됐던 스트레스 DSR 규제 적용이 9월로 밀리면서 가계대출이 폭증하며 이른바 '대출 대란'이 있었던 시기다. 당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만에 9조6259억원이나 늘며 기록을 세웠다.

6월이 아직 절반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월말로 갈수록 대출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이달 가계대출 증가폭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월 증가폭 기준으로도 작년 8월 대출 대란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나게 된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이달 들어 3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전반으로 번지고, 실제 곳곳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규제가 시행되기 전 주담대를 미리 신청해 받아두려는 사람이 확 늘어난 것으로 은행권에선 보고 있다.

코스피 3000 돌파 등 국내 주식시장 활황으로 신용대출 수요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말 101조원대로 떨어졌던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월 말 102조4900억원대로 다시 올라갔고, 5월 말에는 103조314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19일 기준으로 104조원대로 또 한 번 점프했다.

DSR을 적용받지 않는 예담대도 상승세다. 다만 예담대의 경우 5대 시중은행 전체로 봐도 잔액이 5조원대로 증가폭 자체는 크지 않다. 올 3월 말 5조8446억원이었던 5대 은행 예담대 잔액은 5월 말 5조9121억원으로 늘어났고, 6월엔 19일 기준으로 5조9422억원이다. 다만 이번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한 뒤에도 규제를 받지 않아 7월 이후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까지 가계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마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타 은행에서 '갈아타기'로 넘어오는 대면과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막는다. 지난 18일에는 우대금리 조건도 까다롭게 바꿨다. 신한은행은 25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7월 주담대를 접수하지 않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인 상태다.

가계대출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국내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3일 오후에 열리는 은행연합회 정례이사회 직후 만찬에 이 총재가 참석하는 형태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입장에선 가계대출이 폭증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경제 회복과 성장률 제고 등에서 고민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박인혜 기자 / 박창영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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