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 답변 스타…녹야(綠野) 조광현옹 별세
이충원_독자부
입력 : 2023.03.29 10:05:29 I 수정 : 2023.03.29 13:53:01
입력 : 2023.03.29 10:05:29 I 수정 : 2023.03.29 13:53:01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어제 밤 11시쯤 자고 있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깼어요"→"그런 경우가 더러 있어요.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피차간의 예의랍니다."(2022년 11월10일 마지막 답변) 네이버 '지식인(iN)'에 '녹야(綠野)'라는 아이디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 수많은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曺廣鉉)옹이 27일 오후 10시께 서울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향년 87세(만).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1962∼1995년 서울 종로→신촌→홍대입구에서 영진치과를 운영했다.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선 "내가 고집이 세서 돈을 잘 못 벌었습니다…간호사 월급 줄 돈도 없어서 나 혼자 일할 때가 많았어요.
청소도 내가 직접 하고.
그래도 아내가 돈을 벌어서 예순한살 때 치과를 아예 그만두었지요."라고 말했다.
부인인 늘샘 권오실(1936∼2022)씨는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서예부문)을 대상을 받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까지 지낸 유명한 서예가였다.
조옹은 2004년부터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한겨레신문(2018년 12월23일)은 "첫 지식인 답변은 2007년 9월('공개설정'한 답변의 경우)로 기록되어 있고, 답변 수는 2018년 12월15일 기준으로 3만7978개에 이른다"고 적었고, 중앙일보(2020년 7월15일)는 "2004년부터 16년간 4만 건 넘는 답글을 달았다"고 썼다.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 등급 중 고인은 두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었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고인이 '지식인 스타'로 불린 건 답변 건수나 등급 때문이 아니었다.
전공인 치아 관련 지식이나 국민학교 입학 전에 4천자를 외웠다는 한문 실력 등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가 넘치고,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답변을 해서 인기를 끌었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 인터뷰에 소개된 문답은 다음과 같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세뱃돈이나 한 달 용돈이 얼마 정도나 될까요?"→"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고 싫어집니다." ▲ "아버지 재산이 얼만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명품가방도 선물해주고, 주위 사람들 말로는 아버지 재산이 몇백억원이래요.
이 정도면 아버지 잘 만난 건가요?"→"아버지는 잘 만나고 잘 못 만나고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운명일 뿐입니다." ▲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살인가요?"→"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 "엄마가 브래지어 하지 말라는데 어떡하죠?"→"엄마 먼저 하나 사드리세요." ▲ "용돈 달라고 공손히 말하는 법?"→"엄마 아빠 이런 생각 해봤어요? 사랑하는 자녀가 돈 때문에 다른 애들한테 왕따당하는 꼴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시력이 크게 손상된 탓에 돋보기 두개를 겹쳐 보며 '독수리타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쳐넣은 답변이었다.
손목보호대도 사용했다.
안방 침대 바로 옆에 컴퓨터를 놓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답변을 달았다.
건강이 악화하자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두차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가 아쉬워하는 팬들의 성화로 활동을 재개했다.
팬들이 서울 마포구 자택으로 콩장 등 반찬과 간식을 보내줬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답을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해서 답변한다고 했다.
"이 나이가 돼도 모르는 건 알고 싶죠.
내 공부하려고 사전도 찾아보고요.
궁금해서 스스로 알아본 건 안 잊어먹어요.
지식은 이렇게 늘려왔습니다.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면 초등학생이어도 은인이죠.
내 선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와도 2019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chungwo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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