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전원 '아웃'…경영 공백 현실로

입력 : 2023.03.29 10:44:09
제목 : KT 이사회 전원 '아웃'…경영 공백 현실로
구현모虎 이사 10인 역사 속으로…박종욱 임시 CEO 체제 불안한 출발

[톱데일리] 통신 대기업 KT가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의 낙마 이후 이사회 전원이 사퇴 수순을 밟는 초유의 사태로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구현모 현 대표 포함 이사진들의 공백을 담당할 박종욱 사장의 임시 CEO(최고경영자) 체제가 가동되며 '국민기업' KT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현실이 됐다.

◆ 이사진 줄사퇴…경영 공백 최소 5개월

2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28일 회의를 열고 사내이사로 활동했던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의 사임 안건을 의결했다. 구 대표는 임기가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까지지만 조기에 물러나는 방안을 결정했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임했던 윤 사장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사임했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김대유, 유희열, 표현명, 여은정, 김용현 등 사외이사 6인도 잇따라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사외이사들은 윤 후보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강 의장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법상 이사는 최소 3명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이사들은 차기 대표이사가 결정되고 경영 안정화를 이룰 때까지 '질서 있는 퇴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먼저 사임하는 2명의 사외이사 명단도 결정됐다. KT는 공시를 통해 김대유, 유희열 이사의 사임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해 말까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KT 이사회로 활동했던 10명(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8인)의 이사진은 모두 KT를 떠나게 되는 사태를 맞았다. 앞서 이강철, 벤자민홍 사외이사도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신규 사외이사 자리를 거절한 상태다.

당장 문제는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다. 현재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안건이 줄폐기되면서 맥빠진 주총이 연출될 전망이다. 윤 후보 사퇴로 대표이사 안건 폐기부터 시작해,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도 주총에 상정됐지만 함께 폐기됐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마찬가지다.

KT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윤경림 사장이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된 직후 조직한 '경영안정화 태스크포스(TF)'와 '지배구조 개선 TF'는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사퇴 수순을 밟는 4명의 사외이사만 남는 상황에서 그동안 미뤄뒀던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제대로 추진될 여력도 없다.

KT는 국내와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와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8월이 지나야 경영진 공백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올해 3개 분기 동안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다.



◆ 무거운 짐 떠안은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

KT는 대표이사의 부재로 차기 대표를 새로 뽑을 때까지 임시로 회사를 이끌 대표 직무대행 역할로 박종욱 사장을 임명했다. 경영공백 사태를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일 부 사외이사는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했다"며 "대표이사 유고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과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의거해 박종욱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장지속 TF는 소비자 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서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박종욱 사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임시 CEO 직무활동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박 사장은 지난해 1월 구 대표 추천으로 각자대표에 선출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자진 하차한 인물이란 점에서다.

게다가 박 사장은 사내이사도 내려놓은 상황에서 임시 최고경영자(CEO) 직을 맡았기 때문에 KT 경영을 총괄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경영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어 정상화에 대한 부담감이 막중하다.



◆ 구현모·윤경림도 포기한 차기 CEO 찾기 '난항'

당장의 우선 사항은 윤 후보가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차기 대표이사부터 다시 세우는 일이다. 다만 위기를 맞은 회사를 다시 일으킬 자리에 새로운 도전자가 선뜻 나설지는 의문이다. 최근 국민연금, 검찰, 대통령실의 압박이 더해져 CEO 후보였던 구 대표와 윤 사장이 연달아 백기를 드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섣불리 나서지 않을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윤 사장과 경합을 벌였던 임헌문 전 사장, 박윤영 전 사장, 신수정 부사장 중에서 차기 CEO를 뽑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차 공모를 진행하더라도 CEO에 대한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최종 3인 중에서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게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누구를 세우더라도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에 KT가 대표이사 후보에 정부 관료 출신 후보들을 모두 제외하고 내부 출신 인사들만 남긴 데에 따른 여권의 "이권 카르텔" 비판과 함께, 회사 내부에선 낙하산 후보는 안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맞붙고 있다.

KT새노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통신사업의 공공성과 사업운영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회사의 주주가치에 기여할 수 있고 통신사업의 공공성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만이 KT를 이끌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를 뽑겠다던 작은 일에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KT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여러 번의 대표이사 선출 실패로 이미 시간과 인적 자원을 크게 소모한 KT가 CEO 적임자를 세우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까지 험난한 전개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 주가는 지난 14일 52주 최저가 2만9150원을 기록한 후 현재 3만원 수준을 유지하며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T 주가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장중 3만9300원까지 올라가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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